지난 11월2일부터 7일까지 베이징에서 제5회 중국어청년영상포럼(CYGFF)이 열렸다. 이 포럼은 세미나(CYGFF 서미트)와 청년영화 쇼케이스, 프로젝트 마켓(베이징 필름 프로젝트 파이낸싱 포럼) 등 크게 세 행사로 구성됐다. 주최는 중국전영가협회가, 주관은 중국전영가협회에서 발행하는 <전영예술>에서 맡았다.
중국에는 독립영화인이 주축이 되어 운영하는 여러 독립영화제가 있다. 반면 CYGFF는 이들 독립영화제와 차별화된 지향점을 지닌다. 그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독립영화와 주류영화계 사이의 다리를 놓겠다는 것이다. 중국전영가협회가 외형적으로는 민간기구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통제하에 있는 기구라는 점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쇼케이스에서 상영되는 작품 중 검열을 받지 않은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목표는 해외의 중국어권 영화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CYGFF의 쇼케이스에 초청된 작품들은 중국영화 외에 탄추이무이의 <여름이 없었던 해>(말레이시아), 부준펑의 <모래성>(싱가포르), 샤오야추엔의 <타이베이 카페스토리>(대만) 등 여타 아시아 국가에서 만들어진 중국어영화가 포함되었으며, 세미나에도 팡호청(홍콩), 호유항(말레이시아), 도제 니우(대만) 등이 초청되었다. 산업적으로는 이미 중국과 홍콩, 대만이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지만 중국계 주민이 많은 여타 아시아 지역 국가들과 감독 개인 차원의 교류가 시작되고 있는 단계이다. 이를테면 말레이시아의 탄추이무이 감독은 베이징에 몇달 머물면서 차기작 준비를 하고 있는데, 지아장커의 엑스트림사와 손을 잡았다.
하지만 CYGFF가 지금 현재 중국 독립영화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왜 주최쪽은 굳이 ‘청년영화’라는 다소 구시대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전영예술’의 편집인인 우구안핑에 따르면 6세대 영화, 지하영화, 독립영화 모두를 아우르는 의미로 ‘청년영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독립영화계와 주류영화계를 잇는 하나의 방편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그런 의도 때문에 용어 자체의 의미가 모호할뿐더러 행사를 또 다른 제약 속에 가두는 문제가 지적되기도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베이징 필름 프로젝트 파이낸싱 포럼에는 총 25편의 프로젝트가 선정되어 투자자와 미팅을 가졌지만(11월5~6일), 이른바 주류영화계의 영향력있는 영화사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것은 이 행사가 최근 중국의 독립영화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하나의 방증이다. 펀드만 해도 중국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새로운 작가 발굴을 위해 만든 펀드들이 있지만(광전광파국, 중국전영, CCTV), 제약이 많아 젊은 영화인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오히려 다수의 젊은 영화인들은 저예산 TV영화를 만들거나, DVD 판매용 영화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시의적절한 세미나 주제를 정했다는 점은 다행이다. 제작자의 역할이나 창의적인 영화의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했기 때문이다. 이 세미나에는 리우지아인, 주웬, 시엥쩌민 등 나름대로 자기 색깔을 지니고 있는 독립영화감독들이 참가하여 무게감을 더했다. 앞으로도 CYGFF는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