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끼리 만났다. 차승원 대 추성훈, 추성훈 대 차승원. 물론 격투기 경기장이 아니다. 온기 하나 없는 사각의 화장실에서 두 남자는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다. 보통 사람보다 덩치 하나가 더 큰 두 사람 덕분에 세트장은 유난히 가득 차 보인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시간이 잠깐 지났을까. 약속이라도 한 듯 두 남자의 거대한 주먹이 서로를 향해 달려든다. 지난 2009년 평균 28.4%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아이리스>의 스핀오프인 드라마 <아테나>의 한 장면이다.
<아테나>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의 한반도. 고속화 원자로 개발에 성공한 한국 정부는 신기술 보호를 위한 테러방지기관 ‘NTS’를 창설한다. 이때 손혁(차승원)이 이끄는 테러단 ‘아테나’는 원자로를 노리기 위해 테러를 계획하고, 김현준(정우성)을 비롯한 NTS요원은 아테나의 위협에 맞선다. <아테나>의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사장은 “많은 사랑을 받은 <아이리스>의 속편인 만큼 정우성, 차승원, 수애, 이지아 등 캐스팅이 화려하고, 이탈리아, 일본, 스위스 등 6개국에 걸친 해외 로케이션에다 이야기의 규모와 무대가 더욱 방대해졌는데 이는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촬영은 손혁이 미 국토안보부 동아시아지부장으로 둔갑해 NTS 내 특수요원인 ‘블랙’(추성훈)을 어떤 이유(?)로 노리는 장면이다. 서로 주먹을 한두번씩 짧게 주고받는 단순한 동작을 “리듬감있게 표현하는 게 관건”이다. 차승원과 추성훈, 두 사람은 촬영 전부터 수차례 호흡을 맞췄지만 자신들의 액션에 쉽게 만족하지 않는 듯하다. “성훈씨나 나나 극중에서 ‘군사 전문가’로 등장하다보니 좀더 절도있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게 차승원의 설명이다. 또, 그는 “손혁은 전형적인 선 굵은 악당캐릭터”지만 “그것을 시청자가 자연스럽고 쉽게 느낄 수 있도록 연기하는 게 목표인데, 그게 참 어렵다”고 덧붙였다. 진지하기로는 추성훈 역시 차승원 못지않다. “이종격투기 선수로 활동할 때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연기에 첫 도전”하는 추성훈은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도 혼자서 여러 동작을 연습해본다. “아무래도 처음 (연기)하는 거라 의욕적”이다. 리허설 도중 세면대에 강하게 부딪혀 주위를 잠깐 긴장하게 한 그는 “나도 부딪히면 아프다”는 말로 분위기를 유머러스하게 이끌기도. 어쨌거나 대결의 승자는 누구냐고? 오는 12월13일부터 SBS에서 방영되는 드라마 <아테나>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