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음악에 마음을 바친다는 것 <춤추는 동물원>
2010-12-01
글 : 오세형 (영화평론가)

‘영화를 좋아한다’고 누가 말할 때, 거기엔 이유를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왜 음악을 좋아하냐’고 묻는 건 필요없는 질문이다. 누구나 안심하고 음악에 마음을 내맡긴다는 면에서 음악은 ‘엄마’와 닮아 있다. 그 당연한 사랑에는 이유를 묻지 않아도 된다. 뮤지션이 되려 상경한 준수(몬구)는 동물원에서 원숭이에게 노래를 불러주다 인디 가수 희정(한희정)과 만난다. 서로 음악적 호감을 나눈 그들은 기타세션을 이루고 연인이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점점 음악 색깔의 차이가 드러나 다툼이 잦아지고, 결국 헤어지고 만다. 이후 둘은 각자 음악 활동을 이어가지만 서로의 빈자리를 떨칠 수 없다. 그들은 다시 함께 살며 노래하게 된다. 그러나 하나의 노래를 부르면서도 이제 사랑으로는 하나가 될 수 없음을 느낀다.

<춤추는 동물원>의 사랑담에 특별함은 없다.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노래로 표현하는 것 또한 평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끌리듯 이 영화를 긍정하게 된다. 음악에 기대는 그들의 순진한 믿음이, 엄마를 향한 원초적 사랑처럼 한치의 의심도 없는 채로 그들의 음악이 돼 있기 때문이다. 노래할 때 그들은 음악의 양수 속을 떠다니는 태아 같다. 마음이 힘들 때 희정이 찾는 곳 또한, 엄마와 또 다른 엄마인 할머니다. 엄마가 영원한 믿음의 대상이듯, 음악 역시 변치 않는 안식처다. 그들은 음악을 만들고, 음악은 그들을 자식처럼 품는다.

영원한 음악에 비해 그들의 사랑은 순간에 변해버릴 불안이다. 그러나 음악을 믿는 한 음악 안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임을 영화는 말한다. <춤추는 동물원>은 어린 영화들이 음악을 쓰며 흔히 범하는 진부한 나르시시즘과는 정반대 자리에서, 음악에 마음을 바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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