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피도 눈물도 없이 굴러가는 악인들의 세상에 대한 건조한 시선 <아웃레이지>
2010-12-01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별것 아닌 것처럼 시작된다. 거대 야쿠자 조직의 2인자 가토가 중간 보스 이케모토를 불러다 호통을 친다. 다른 파인 무라세의 조직과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경고한다. 불안함을 느낀 이케모토는 수하에 있는 오오토모(기타노 다케시)에게 무라세 조직과 문제를 좀 일으켜서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이라고 명령한다. 그러다 일이 커지고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간다. 오오토모는 무라세와 정말 맞서야 하는 지경이 되고 이케모토에게서는 버려질 처지에 놓인다. 이건 <아웃레이지>의 초입에 등장하는 작은 한 부분의 이야기일 뿐 영화에서는 유사한 관계가 다반사다. 주인공이라 칭해야 할 대략 11명(야쿠자 10인과 경찰 1인)의 극악무도한 자들은 서로가 배신하고 죽인다.

<아웃레이지>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했던 과욕의 작품 <다케시즈> 이후 근 5년 만에 한국에서 개봉하는 기타노 다케시의 작품이다. 그동안 그는 <다케시즈>에 이어 자기 반영 삼부작의 나머지 두 작품으로 불리는 <감독만세> <아킬레스와 거북이>를 만들었다. <아웃레이지>는 이 영화들에 대한 반성(?)에서 계획됐다. 나의 내면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으니 이제는 철저한 엔터테인먼트를 하겠다며 만든 작품이다. 기타노 다케시 사단의 기존 배우들 대신 새로운 배우들과 작업했고, 내용 면에서는 예술에 대한 추구나 한 인간의 감정적 동요를 배제한 채로 악인들의 세상은 어떻게 피도 눈물도 없이 굴러가는지를 건조하게 보여준다.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사건을 과격한 톤으로 진격시킬 때 괴이한 재미와 허무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기타노 다케시는 생애 처음으로 속편 제작을 결심했고 <아웃레이지2>의 제작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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