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페이크 다큐형식을 빌린 색다른 엑소시즘 영화 <라스트 엑소시즘>
2010-12-01
글 : 장영엽 (편집장)

성령의 이름으로 엑소시즘을 행하는 자들은, 악마의 존재를 믿을까? <라스트 엑소시즘>의 주인공인 사이비 목사 마커스(패트릭 파비언)가 말한다. 그건 다 개수작이라고. 달변가인 이 목사는 영화의 도입부부터 엑소시즘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목사를 따라나선 다큐멘터리 촬영팀 앞에서 마커스는 악령의 목소리를 울려퍼지게 하는 방법, 십자가에 연기가 나게 하는 방법 등을 가감없이 폭로한다. 그러나 예측 가능하듯, 조지아주의 한 농장에서 진짜 악령 씌인 소녀 캐시(에슐리 벨)를 맡게 된 목사와 촬영팀은 소녀의 영혼을 잠식한, 가장 악랄한 악마라는 아발람에게 참혹하게 도살당한다.

사실 윌리엄 프리드킨의 오리지널 <엑소시스트> 이래 <엑소시스트> 시리즈는 흥행에서나 비평에서 참패를 거듭해왔다. <라스트 엑소시즘>의 제작진은 고색창연한 가톨릭 신부와 악령 들린 자의 관절꺾기에 더이상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이들은 오히려 관객이 이야기를 ‘진짜’라고 믿게 하는 데서 미래를 찾았다. 확실히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려 공포를 유도하는 접근 방식은 다른 엑소시즘 영화에 비해 신선하게 다가온다. 문제는 이 영화가 ‘그럴듯하게’ 공포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허술한 구멍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하나여야만 하는 카메라의 시점이 갑자기 두개로 분산된다든지 위험으로 뛰어드는 목사와 이를 두려워하는 카메라맨이 이렇다 할 갈등구조 없이 순식간에 허무한 결말을 맞이한다는 점이 영화로의 몰입을 방해한다. 오컬트계의 레전드 <블레어 윗치> 효과를 노린 건 확실한데, 우연을 가장한 공포에도 치밀하게 계산된 연출이 필요하다는 원칙은 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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