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월이다. 지나가고 있는 한해를 정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그 첫째 순서는 독립영화다. <워낭소리>와 <똥파리>로 기세 좋게 출발했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 독립영화는 이슈도 적었고 약간은 침체된 듯한 인상이었다. 그러나 특집기사를 찬찬히 읽어보니 2010년 한국 독립영화계도 알찬 성과를 거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지난해의 기운을 이어받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긴 하다. 이송희일 감독의 아이러니한 ‘사랑’에 관한 글에서처럼 어쩌면 독립영화계 전반이 조희문 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과의 맞대결에 힘을 소진한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영상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테크에 이르기까지 현 정부와 영진위의 전방위적인 훼방을 저지하려 했던 일련의 활동이야말로 올해 독립영화의 가장 큰 이슈였으니까.
어쩌면 우리 스스로도 그 이슈에 휘말려 정작 영화에 집중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8명의 필자가 꼽은 올해 독립영화 베스트5를 보고 있자니 대부분 보지 못한 작품들이다. 그 리스트 안에서 내가 본 건 개봉했던 <경계도시2> <땅의 여자> <레인보우>와 부산영화제에서 봤던 <파수꾼> <오월애> 정도다. 그래 놓고도 영화잡지 편집장이냐, 같은 비난은… 그러니까, 받아 마땅하다. 회개하는 마음으로, 아니 올해의 독립영화를 정리하려는 마음으로 12월9일 개막하는 서울독립영화제는 열심히 참여할 생각이다. 대체 곡사의 <방독피>가 어떻기에 기겁한 관객이 있었는지 궁금하고, 꽃미남 민용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전임 편집장의 아주 가까운 분께서 프로듀싱한 <혜화, 동>은 어떨지 기대되고, 용산 참사와 관련된 두편의 영화 <용산, 남일당 이야기> <용산>과 <척추측만>이나 <저주의 기간> 같은 단편영화도 꼭 보고 싶다. 개막작인 윤성호 감독의 <도약선생>도 빨리 볼 수 있기를 고대하는 영화다. 게다가 상영관이 집에서 가까운 CGV상암이니 더 가벼운 마음이다. 여러분도 부디 짬내서 올 독립영화의 마무리를 함께하시길 바란다.
그런데 이렇게 영화에만 집중하고 싶어도 현실은 그렇게 놔두질 않는다. 내년 영화발전기금에서 독립영화 관련 예산이 100% 삭감되는 작금의 사태를 맞이했으니 말이다. 다행히도 ‘어떻게든 독립영화 관련 예산을 돌려놓을 계획’이라는 영진위쪽의 비공식적인 견해를 들을 수 있었지만, 2011년의 독립영화 또한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서울독립영화제를 찾는 일은 사면초가에 처한 독립영화인들을 향한 응원이 될 것이다. 좀더 의지가 있다면 서울독립영화제를 후원하는 ‘인디당’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아, 네 조영각 집행위원장님, 저는 인디당 가입 안 하냐고요? 에 저는 세계적인 경제침체와 연평도 사태로 인한 국내 금융의 불안정성 때문에 좀…. 아아 알았다구요. 신청서 보내주시라구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