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우리의 히어로를 구해줘
2010-12-07
글 : 장영엽 (편집장)
코믹북 아티스트 잭 커비 유족, 마블 코믹스에 저작권 회수 요구
<엑스맨 탄생: 울버린>

2020년경엔 어쩌면 극장에서 엑스맨, 아이언맨, 스파이더맨을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수조원의 돈과 슈퍼히어로영화의 사활이 걸린 거대한 소송이 최근 뉴욕연방법원에서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건은 스탠 리와 더불어 미국 코믹스계의 대부로 평가받는 코믹북 아티스트 잭 커비에게서 비롯했다. 커비는 <엑스맨> <스파이더맨> 등의 만화를 작업한, 마블 코믹스의 ‘실버 에이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마블의 얼굴마담으로 평가받는 스탠 리에 비해 유명세가 덜했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해 1970년대엔 라이벌사인 DC코믹스로 떠났지만 여전히 마블의 전성기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인물이다. 문제는 1994년 커비가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커비의 네 자녀가 아버지가 생전 작업한 마블의 몇몇 코믹스 작품에 대한 저작권 회수를 요구한 것이다. 현재 미국 저작권법에 따르면, 크리에이터는 그들의 첫 단행본이 출판된 지 56년 뒤에 저작권 회수를 회사에 요구할 수 있고 이 요구 사항을 저작권 회수 시기로부터 10년 전에 통지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최근 커비의 유족들이 저작권 회수를 요구한 작품은 <판타스틱4>(2017년 마블과 저작권 계약 만료)와 <헐크>(2018년 만료), <엑스맨>(2019년 만료) 등이다. 만약 뉴욕연방법원이 유족들의 손을 들어준다면 커비의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던 마블 코믹스는 물론이고 이들 작품의 판권을 소유하고 있는 월트 디즈니와 이십세기 폭스, 유니버설, 파라마운트, 소니 등 메이저 제작사들이 줄줄이 피해를 보게 된다.

물론 마블이 이 사태를 구경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마블은 커비가 참여한 작품의 기여도를 일일이 조사해 저작권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의 막대한 밥줄이었던 영웅들을 잃지 않으려는 마블 코믹스의 고군분투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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