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이다. 이럴 필요는 없다.” <블루 골드>(2008)의 시작은 단호하다. 이 다큐멘터리는 블루 골드, 즉 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구 행성의 고유한 푸른빛을 가능케 하는 이유인 물은, 실상 97%가 소금물이며 불과 3%만이 인간이 먹을 수 있는 담수다. 그리고 그 3%의 대부분은 인간이 오염시키고 있다. 각종 화학약품, 의약품, 폐수, 배설물, 그외의 쓰레기가 물을 오염시키는 동시에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다. <블루 골드> 제작진은 머지않은 미래에 물이 예전의 석유만큼 힘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물을 가진 자가 새로운 권력을 얻게 되고, 지구상의 세력 전선은 대대적인 개편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1980년대부터 미국와 영국, 프랑스에서 진행된 수도 민영화의 결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몇몇 수자원 기업들의 암투와 그에 지지 않고 무력행사까지 염두에 두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몇몇 강대국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흥미로운 일화 하나.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담수층으로 손꼽히는 지역은 파라과이와 브라질 경계선에 위치한 과라니 담수층이다. 석유 재벌이었던 부시 가문은 이미 이 지역의 땅을 엄청나게 사들이고 있다. 조지 부시는 말할 것도 없고 그의 딸 제나 부시와 아버지 조지 부시 시니어 모두 이 부동산업에 관계되어 있다(물론 그들은 공식적으로는 부인했다). 제작진은 간절하게 되풀이 역설한다. “<블루 골드>는 환경 보호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바로 우리 스스로를 살리는 이야기다.” 정말 그러하다. 그리고 <블루 골드>를 보고 나면 우리는 현재 주변에서 무리하게 진행 중인 ‘4대강 사업’을 씁쓸하게 되새길 수밖에 없다.
제프 스탄츨러의 <쏘리, 헤이터스>(2006)는 포스트 9·11 시대에 우리가 보아온 여타의 ‘미국’영화 중 그 무엇과도 닮지 않았다.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장담하는데 이 영화는 많은 길목에서 당신의 예상을 빗나가며 당신을 당황스럽고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다. 시리아 출신 택시기사 아쉐드(압델라티프 케치체)는 어느 날 밤 맨해튼 시내에서 사연있어 보이는 커리어우먼 필리(로빈 라이트 펜)를 차에 태운다. 그녀는 다소 신경질적이지만 대개는 꽤 싹싹하고 오지랖이 넓다. 아쉐드와 필리는 서로의 개인사를 주고받게 된다. 아쉐드의 형이 어이없는 이유로 테러 2차 용의자로 몰려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 중이며 곧 시리아로 추방될 것이라는 이야기에, 필리는 자신이 형을 도와줄 수 있다고 나선다. 인종도, 종교도, 살아온 환경도, 지위도 다른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가끔은 완전히 낯선 타인에게만 가능한 친절과 관용을 서로에게 베푼다. 그러나 이야기의 진행은 그때부터 달라진다. 테러 조직, 정재계의 관료, 국제적인 음모가 없이도 9·11을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9·11로 대표되는 어떤 재앙이 불신과 소통의 단절과 증오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쏘리, 헤이터스>는 그 증오의 연원이 무엇인지를 미국 내부에서부터 질문한다. 무엇보다 어마어마한 상실감과 자기혐오에 시달리는 비밀스런 여인을 연기한 로빈 라이트 펜의 열연이 스크린을 압도한다.
이 두편의 영화는 지난 12월15일 서울 종로구 씨네코드 선재에서 열린 ‘스카이라이프와 함께하는 선댄스독립영화제’의 상영작이었다. 선댄스 채널(스카이라이프 HD 68번, www.sundancechannel.com)은 세계 전역의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단편영화 등을 방영하는 독립영화 전문채널로,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제3의 시각으로 환경, 빈곤, 기아, 재해 등 사회적 관심사를 다룬 작품들을 폭넓게 선별하여 방영하고 있다. 1996년 미국에서 처음 방송을 시작하여 현재 한국을 비롯한 프랑스와 벨기에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선댄스영화제와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예술성의 자유로운 표현을 추구하는 비전을 공유하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 두편은 선댄스 채널을 통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