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악당 소굴을 탐험하는 순진한 소녀 앨리스의 모험담 <맬리스 인 원더랜드>
2010-12-29
글 : 장영엽 (편집장)

‘이상한 나라의 악한들.’ <맬리스 인 원더랜드>를 번역하면 다음과 같은 뜻이 된다. 문자 그대로 이 영화는 루이스 캐럴의 유명한 고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패러디한, 악당 소굴을 탐험하는 순진한 소녀 앨리스의 모험담이다. 억만장자의 딸인 앨리스(매기 그레이스)는 괴한을 피해 달아나던 중 와이티(대니 디어)의 차에 치여 기억을 잃는다. 시간이 없다며 다짜고짜 앨리스를 차에 태운 와이티는 자신이 최고의 악당 곤조의 생일파티에 가는 길이며,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생일선물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다. 와이티와 헤어지게 된 앨리스는 부랑자들의 놀이공원, 허름한 식당, 창녀촌, 나이트클럽을 오가며 악당들의 어둡고 음침한 지하세계를 탐험한다. 한편 와이티는 앨리스의 갑부 아버지가 그녀를 찾는 데 1천만달러의 현상금을 건 사실을 알고 앨리스를 뒤쫓는다.

<맬리스 인 원더랜드>를 보는 대부분의 즐거움은 원작의 캐릭터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찾는 재미에 있다. 원작의 공작부인과 모자장수, 트위들디·트위들덤, 붉은 여왕 등이 매춘부, 건달, 나이트클럽 보초와 보스 등 하위문화를 상징하는 인물로 거듭나는데, 그 컬트적인 상상력이 재미있다. 불길한 느낌의 풍악과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시계 소리, 명료한 색깔의 네온사인이 뿅뿅거리는 영국의 언더그라운드를 훑는 영상은 <시계태엽 오렌지>를 동경하며 자란 신세대 감독의 의도가 아닐까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컬트가 되기엔 너무 순진하고, 착한 판타지영화가 되기엔 너무 노골적이다. 어느 쪽으로든 힘을 실어 밀어붙이지 않은 것이 밋밋한 영화가 되는 결과를 낳았다. 우리에겐 <로스트>의 ‘섀넌’ 역으로 친숙한 매기 그레이스가 앨리스를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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