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멋진 일을 하시는군요.”
내 직업을 묻는 사람들에게 ‘영화 마케터’라고 대답하면 돌아오는 대개의 반응은 이렇다. “보고 싶은 영화도 실컷 보고, 배우들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놀고 즐기면서 일하는 거 아닌가요?” 새까매진 내 속을 모르는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좋아하는 영화를 업으로 삼고 있는 건 맞지만 보고 싶은 영화만 보는 게 아니라 봐야 하기 때문에 보는 영화가 있고, 배우들을 가까이서 보긴 하지만 예민한 그들(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때문에 힘이 든 적이 한두번이 아니며, 일이 결국 힘들고 고된 건 마찬가지 아니겠어요?’라고….
법학을 전공한 내 인생 최대의 우를 범하면서, 원하지 않는 인생을 사는 것은 비겁하고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뼛속 깊이 느끼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영화)과 내 적성(마케팅)을 찾으면서 꿈꾸던 영화 마케터가 되었고, 4년째 영화 필드에서 살고 있다. 2010년에는 내 생애 첫 이직을 했고, 이른바 ‘듣보잡’ 영화라고 일컫던 <방가? 방가!>를 흥행시키고, 묘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기도 했다. 오늘도 조그마한 사무실 책상 한쪽에서 좀더 나은 워딩을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원형탈모 겪은 적 있음), 최상의 결과를 위해 대행사를 마구 쪼는 마귀할멈이 되기도 한다(죄송해요!). 그럼에도 나는 영화를 사랑하고, 마케팅이 재미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그 맛이 짜릿하고 쏠쏠하다! ‘생얼’에 현란한 메이크업 스킬을 발휘해 ‘초절정 미녀’로 탄생시키는 마법을 부리는 게 영화 마케터가 아닐까 싶다! 영화 마케터 이정미의 활약은 2011년에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