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같이 까마득한 상견례 자리에 ‘버섯’이 말썽이다. 장인어른, 장모님께 잘 보이려 옷도 갖춰입고 예쁜 말도 외웠건만 예비사위 온다고 요리 한번 해본 적 없는 장모님(김수미)이 나선 게 화근이었다. “아까운 재료 다 베린네!”(고모 역·김정란) 요리 솜씨를 뻔히 아는 예비 신부 다홍(이시영)의 식구들은 젓가락 멈추고 원망의 눈빛을 보내는데, 잔뜩 긴장한 예비사위는 버섯이 맛있다며 더 먹고 싶다는 호기까지 부린다. 정작 참사는 장인어른(백윤식)이 불러왔다. “내가 사위한테 마이 바라는 건 없다. 전라도만 아이모 된다.” ‘전라도’ 출신 사위는 먹던 메추리알을 고모의 가슴으로 힘차게 내뱉는다.
<위험한 상견례>는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 영화 <청담보살>을 연출한 김진영 감독의 신작 코미디영화다. 전라도의 ‘전’자만 들어도 흥분하고, 태어날 때부터 롯데 자이언츠를 사랑했던 골수 경상도 집안의 딸(이시영)과 그녀를 사랑해 결혼까지 결심하는 전라도 남자(송새벽)의 이야기다. 흥미롭게도 송새벽-박철민-김응수 등 영화 속 ‘전라도 가족’은 실제로도 전라도 출신인 반면, 백윤식-김정란-정성화로 이어지는 ‘경상도 가족’은 단 한명도 경상도 출신이 아니라고. “경상도 집을 찍을 때는 안쓰럽다. (경상도 사투리가 익숙지 않으니) 다들 전화로 사투리 물어보고, 연습하다가 촬영에 들어가니까.”(김진영 감독) 반면 전라도 집안은 전라도 출신인 김수미까지 합세해 고향 얘기 하느라 바쁘단다. “‘야, 너 군산 해방동 아냐?’ 물어보지. 어렸을 때 쓰던 사투리 얘기도 하고. 그렇게 막 웃다보면 ‘우리가 편을 너무 갈랐나?’ 그런 생각도 해요. (웃음)” 그러나 지난 12월27일 파주 아트서비스센터에서 엿본 <위험한 상견례>의 촬영현장에서는 김수미의 말처럼 ‘편가르기’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분위기 메이커’인 선배 배우 김수미가 한마디 하면 전라도, 경상도 가릴 것 없이 까르르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한가족이다. “현장이 너무 즐겁다. 우리가 웃는 만큼만 관객이 들어주면 500만명은 가뿐히 넘을 것 같은데.”(김정란) 현장의 즐거운 기운이 관객의 웃음보를 간질일지는, <위험한 상견례>가 개봉할 올봄에 알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