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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4
글 : 김성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모팩에서 3D VFX를 맡고 있는 박영수 이사

국내에서 3D 분야는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다. 올해 극장 개봉한 <나탈리>나 최익환 감독이 만든 <못>도 있지만 흥행에 실패하거나 길이가 짧은 단편이다. 단순한 비교는 어렵지만, 3D 기술에 방점을 찍은 <아바타>를 비롯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3D> <토이 스토리3> <레지던트 이블4: 끝나지 않은 전쟁 3D> 등 3D 기술을 활용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는 할리우드에 비하면 확실히 국내의 3D 분야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그 점에서 지금 후반작업 중인 김지훈 감독의 <7광구>는 주목할 만하다. 국내 최초로 인물과 배경을 3D 영상으로 입히는 영화다. <7광구>의 3D를 책임지고 있는 모팩의 박영수 이사를 만나 3D에 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7광구> 후반작업에서 맡은 역할은 무엇인가.
=정확하게 <7광구>의 VFX를 하고 있다. 3D라고 하면 크게 입체로 촬영하는 것과 보통 카메라로 촬영한 것을 3D로 컨버팅하는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촬영 전부터 <7광구>는 후자의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나온 영화 중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 작품은 <토이 스토리3>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3D>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앨리스가 원더랜드로 들어가기 전에는 실사로 촬영했고 원더랜드로 들어간 뒤에는 풀3D 효과를 위해 세트에서 촬영했다. 이처럼 <7광구> 역시 인물은 실사로 찍되 배경은 3D 세트로 촬영했다. 배경에 등장하는 잠수함, 바닷물 등은 VFX로 작업했다. 영화의 거의 모든 컷이 CG라고 보면 된다.

-진행은 잘되고 있나.
=이제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 촬영 초반에는 감독님이나 배우들이 연기에 대한 감을 잘 못 잡았다. 아무래도 실제 공간이 아니다보니 연기가 다소 과잉적으로 보인 부분도 있다. <아바타>도 촬영 초반 일주일 정도는 배우들이 적응하는 데 꽤 어려웠다고 하더라. 3D 작업을 하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입체가 이야기에 몰입하고 집중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게 중요하다. 처음부터 ‘나 입체야’ 하고 관객에게 알리면 그건 실패한 거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후반작업을 하려고 한다.

-VFX는 CG의 한 분야다. CG 파트의 주요 공정에 대해 쉽게 설명해달라.
=VFX는 한마디로 특수효과다. 가령, 영화에서 등장하는 물, 바람, 먼지 등을 만든다. VFX에는 2D와 3D가 있다. 2D는 합성이고, 3D는 화면에 들어갈 여러 가지 사물들을 창조하는 작업이다. <7광구>는 영화의 주요 배경인 시추선 ‘이클립스호’와 이들을 위협하는 심해 괴생명체,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잠수함, 바다 등을 만든다고 보면 된다.

-처음부터 VFX 작업으로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건가.
=컴퓨터그래픽을 전공한 뒤 한 애니메이션 회사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영화 <아 유 레디?>를 작업하긴 했지만 주로 3D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그때 영화가 너무 하고 싶더라. 일을 하던 중 회사의 실장님이 현재 모팩으로 오면서 함께 옮겼다. 들어오자마자 <역도산>을 맡았다.

-<역도산>에서 VFX를 담당했나.
=아니다. 처음에는 합성 파트(2D)로 들어왔다. 프로레슬링 경기장 관중, 일본 옛 건물, 풍경 등 CG의 각 파트에서 작업한 소스들을 전부 한 그림에 합성하는 역할이다. 또 현장에서는 CG가 들어갈 것을 염두에 두고 촬영을 컨트롤했다. 워낙 영화에 대한 갈증이 많은 상태에서 일을 해서 그런지 일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모팩에 입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인터넷 구인란에 모집 정보를 올리는 경우도 있으나 주로 학원과 연계해서 인력을 충원한다. 대표적인 게 ‘3개월 연습생 프로그램’이다. 이력서와 면접만으로 학생들의 크리에이티브한 면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학원에서 만들었다는 포토폴리오도 거의 비슷하다. 왜냐하면 학원에서 가르치는 교과 프로그램이 똑같기 때문이다. 연습생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일하면 어떤 학생들이 가능성이 있는지를 파악하기가 수월하다.

-어떤 학생이 유리하나.
=크게 두 가지를 본다. 일단 ‘일에 대한 목마름이 있나, 없나’다. 그건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또 다른 하나는 CG에 대한 창의적인 감각의 유무다. 그런데 전자가 충족되면 후자는 교육, 작업을 통해 얼마든지 채워질 수 있다.

-한국의 3D 인력에 대해 진단을 내리자면.
=<7광구>에 투입되는 3D 인력은 100명 정도다. 기존의 한국영화에 비하면 큰 수치다. 그런데 이 많은 인력들이 연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구조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7광구>만한 프로젝트가 이후에 계속 생겨나야 하는데, 국내에서 1년 동안 제작되는 영화 중 그 정도 규모는 사실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해외쪽도 함께 알아보고 있지만 확신할 수 없는 단계다. 그 점에서 아직까지는 한국의 3D 인력구조는 탄력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새해다. 아무래도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국내 최초로 만드는 풀3D 콘텐츠인 만큼 부담감이 크다. <7광구>의 후반작업을 잘 완수하는 것이 새해 목표다. 스스로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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