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김도훈의 가상인터뷰] 난 정말 남편이 싫어! 밤엔 괜찮지만
2011-01-05
글 : 김도훈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의 악처 소피아

-본인이 악처로 유명한 거 잘 아시죠?
=내가 왜 악처야? 내가 왜?

-그냥 악처도 아니죠. 역사적인 악처죠.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82살에 가출해서 시골 간이역에서 사망한 게 다 당신 때문이라면서요? 일설에 따르면 톨스토이는 당신이 자기 유언장을 찾아 서류를 뒤지는 걸 보고 화가 나서 집을 나갔다던데요.
=내 참 기가 막혀서. 그걸 보고 집을 나간 그 대머리 소갈머리의 정신머리도 좀 생각해보시구랴. 글쓰는 것 외에 아무것도 못하는 화상한테 시집가서 평생을 수발들고 살았던 내 입장은 생각해본 적 있수?

-아… 고생이 좀 많으셨나봐요? 그래도 톨스토이 선생이 돈은 좀 벌어왔을 텐데.
=돈? 돈? 내 손안에 쥐어야 돈이지…. 제대로 만져본 적도 없다니까요. 기껏 유명 작가 만들어놨더니 버릇없는 제자라는 것들만 집 안에 득시글거리지. 내가 그 놈팡이들 밥상까지 하루에 세끼씩 꼬박꼬박 차린 적도 있다니까요. 직접 차린 건 아니지만…. 어쨌든 책을 판 돈으로 말년에는 다리 좀 뻗고 사나 싶었는데, 아니 이 양반이 저작권을 전부 사회에 환원한다며 봉창을 두들기잖아. 기자님 같으면 화 안 나겠어요?

-화는 좀 나겠지만, 그래도 위대한 문학가와 살다보면….
=위대한 문학가? 오오. 위대한 문학가 톨스토이님 말씀이셔 기자니임? 남편이 사유재산을 폐지해야 한다고 그랬죠? 웃기시네. 그럼 하녀들은 왜 부리고 살았대? 톨스토이주의자는 여자랑 잠도 자면 안된다고? 웃기시네. 이 양반이 은근히 에너지가 넘쳐서 밤이면 밤마다….(얼굴이 발그레진다) 어머어머. 나 좀 주책이야. 어쨌든, 인류를 위해 좋은 일을 하기 전에 가정부터 신경 좀 쓰면 어디 덧나냔 말이죠. 젊은 시절에 실컷 고생시켰으면 말년에라도 보답을 하란 말이지.

-아… 그런 건 또 생각을 못해봤네요. 사람들이 악처라기에 악처인 줄만 알았죠. 소크라테스의 악처 크산티페처럼 말이에요.
=소크라테스 마누라 크산티페도 나랑 처지가 똑같수, 이 양반아. 남편이라는 작자가 집에 돈은 벌어다주지 않으면서 만날 제자들이라는 젊은 놈팡이들과 어울려다니며 헛소리나 중얼거리니까 당연히 화가 났겠지. 게다가 고대 그리스가 어떤 사회냐고요. 멀쩡한 마누라 놔두고 어린 미소년들 허리춤에 끼고… 하여간 얼마나 짜증이 났으면 머리에 구정물을 다 끼얹었겠수?

-호오. 그렇군요. 다음에 소크라테스 선생을 만나면 “네 자신을 알라”라고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제발 그렇게 말씀 좀 해주시구랴.

-마지막으로, 남편 책 중에서 뭘 제일 좋아하십니까?
=좋아하는 거 없어요. 제일 싫은 건 있구랴. <전쟁과 평화>.

-아니 왜요?
=<전쟁과 평화> 주인공인 나타샤의 모델이 누군 줄 알아요? 내 동생인 타냐 베르스요. 옆에서 밥 차리고 빨래하고 뒤 닦아주던 내가 아니라 왜 하필 타냐 그년이냐고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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