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치밀한 스페셜리스트, 혹은 워커홀릭의 세계 <엑시던트>
2011-01-05
글 : 주성철

<엑시던트>는 두기봉 감독이 자신의 ‘제자’들 중 가장 주목하고 있는 감독이라 말한 정보서의 작품이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엑시던트>로 경쟁부문에 진출한 그는 국내에 다소 생소한 인물이지만 최근 도빌아시아영화제에서 ‘액션 아시아’상을 수상한 <구교구>(2006), 인기 일본 만화 원작을 영화화한 <군계>(2007) 등으로 주목받았다. <엑시던트>는 이른바 ‘두기봉 사단’의 스타일과 노하우가 집약된 작품이다. 역시 두기봉 사단의 신예감독 유내해의 <천공의 눈>(2007)에서 팀을 이뤄 활동하는 경찰 수색조의 모습과 <엑시던트>의 사고 조작팀의 작업방식은 무척 닮았다. 의뢰인이 누구건 간에 오직 입금만 되면 일체의 의심도 없이 작업에 들어가는 팀의 모습은 두기봉의 <익사일>(2006)이나 <복수>(2009)를 떠올리게도 한다.

사고로 아내를 잃은 경험이 있는 브레인(고천락)은 교묘하게 사고로 위장해 사람을 죽이는 살인청부업자다. 치밀하게 계산된 사고로 전당포 주인인 아버지를 죽여달라는 한 의뢰인의 청부살인을 진행하던 중 동료가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이하자 그는 누군가가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사고를 조작하고 있다고 믿게 된다. 그래서 애초에 그 사건을 의뢰한 남자와 관련있어 보이는 또 다른 남자(임현제)를 의심하고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그를 제거하기 위해 작전을 수립하는 도중 미처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엑시던트>는 치밀한 스페셜리스트, 혹은 워커홀릭의 세계라는 점에서 두기봉 사단의 스타일을 바탕에 깔되 캐릭터의 내면으로 정보서 감독만의 색깔을 심어놓는 데 성공했다. 사건을 조작하는 그 집요한 작업의 순간은 두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긴장감 넘치게 전개된다. 일체의 감정표현 없이 작업에 임하는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그 자체로도 <엑시던트>는 방점을 찍어둘 만하다. 그외 한 화면 안에 가능한 최대의 정보와 디테일을 숨겨두는 방식, 캐릭터 내면의 숨겨둔 이야기에 주목하는 모습은 기존 두기봉 사단 누아르영화의 방식과 유사하면서도 다르다. ‘그 어떤 사건도 조작 가능하다’는 브레인의 집착과 강박, 그것은 거의 두기봉과 위가휘가 연출한 <매드 디텍티브>(2007)와 닮았다. 보통 두기봉 사단의 영화를 얘기할 때 ‘두기봉 특유의 액션 스타일, 거기에 가미되는 위가휘 스타일의 심리스릴러’라고 구분짓는 경우가 많았지만 <엑시던트>는 마치 그것이 하나로 만난 기분이다. 정보서의 다음 작품을 진심으로 기대하게 되는 이유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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