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공연] 인간의 이중성을 봐
2011-01-06
글 : 심은하
‘무대가 좋다’ 네 번째 연극 <트루웨스트>

2월27일까지/ 컬처스페이스 엔유/ 출연 오만석, 조정석, 배성우, 홍경인, 김태향, 이율, 강동호, 임진순/ 02-764-8760

두 남자가 보인다. 바른생활 스타일로 타자기를 두들겨대는 남자와 술병을 든 채 몸을 긁어대며 떠들어대는 남자. 한 남자는 명문대를 나와 할리우드영화 시나리오작가로 이름을 날리는 동생 오스틴이고, 또 다른 남자는 배운 것 없이 집도 절도 없이 떠돌며 살아가는 형 리다. 휴가를 떠난 어머니의 집에서 잠시 새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오스틴 앞에 몇년간 소식이 없던 형 리가 갑작스럽게 나타나면서 형제의 동거가 시작된다. 오스틴의 공동작업자 영화프로듀서 사울과 골프 내기에서 이긴 리. 형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서부극 시나리오가 채택되자 오스틴의 프로젝트는 무산된다. 동생이 형의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되면서 형제는 이제껏 발견하지 못한 전혀 다른 캐릭터를 자신들의 얼굴에 드러낸다. 망나니 형 리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고 안달복달하는 소시민의 모습으로, 범생이 오스틴은 형 리와 같이 사막에서 살겠다고 깽판을 치기 시작한다. 처지가 바뀐 형제의 모습은 웃음과 페이소스를 안겨준다.

미국 극작가이자 배우 샘 셰퍼드의 대표작 <트루웨스트>가 정식 라이선스로 국내 초연 중이다. <굶주린 층의 저주>와 1979년 퓰리처 수상작 <매장된 아이>와 함께 ‘가정 3부작’으로 불린다. 샘 셰퍼드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형제의 갈등을 가장 원색적으로 부각하면서 인간 내면에 담긴 이중성을 은근슬쩍 꼬집는다. 하지만 작품은 형제는, 또 가족은 이래야만 한다는 정상적인 규정을 거부한다.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동생과 성공하지 못한 듯한 형이 도착하는 결론 역시 정답은 없다. 작품은 누구의 방식이 옳았는지에 연연하지 않는다.

결국 오스틴은 형의 목을 졸라 죽이려 들고 알래스카에서 돌아온 어머니는 피카소를 만나러 일찍 돌아왔다며 무미건조하게 바라보다 사라진다. 어딘가 이상한 형제와 그 어머니. 등장인물의 구성은 많지 않지만 이들의 감정선은 꽤 볼 만하다.

대조적인 성격의 형제 이야기. 소재의 참신성만 두고 보면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이들의 모습은 매우 미국적이기까지 하다. 의상부터 헤어스타일, 그리고 미국식 농담 따먹기까지. 그러나 이 묘한 이질감에도 불구하고 연극 <트루웨스트>는 객석의 시선을 무대 위로 끌어모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웃고 박수치다 극장을 나설 때 묘한 씁쓸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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