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용기 True Grit (1969)
감독 헨리 해서웨이
상영시간 128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 음성포맷 DD 2.0
영어 / 자막 영어 / 출시사 파라마운트(미국)
화질 ★★★ / 음질 ★★☆ / 부록 ☆
헨리 해서웨이의 서부영화는 저평가된 편이다. 40년 넘게 할리우드에서 활약할 동안 서부영화로 데뷔해 마지막까지 서부영화에 매진했다는 걸 감안하면 더욱 안타깝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파라마운트사가 고전의 리메이크를 시도하면서 끄집어낸 서부영화는 존 포드나 하워드 혹스가 아닌 해서웨이의 것이다. <서부의 4형제>를 리메이크한 <4 브러더스>는 성공을 거뒀고, 코언 형제가 재해석한 <진정한 용기>는 미국에서 지난주에 개봉돼 비평적으로나 상업적으로 큰 반응을 얻고 있다. <서부의 4형제>와 <진정한 용기>에는 따로 원작이 있으므로 엄밀히 따져 리메이크로 보기 힘들지만 해서웨이의 영화가 리메이크에 끼친 입김마저 부정할 수는 없다. 지역의 땅을 다 차지하려는 악당을 빌려 자본주의의 탐욕을 은유하고, 동생을 존중받는 부자로 만들고 싶은 총잡이를 내세워 변화된 가치관을 반영한 <서부의 4형제>는 복수를 이야기의 핵심에 배치해 향후 액션스릴러로 탈바꿈할 가능성까지 열어놓았다. 자칫 향수에 빠진 서부영화로 읽힐 법한 <진정한 용기>는 수정주의 서부영화와 스파게티 웨스턴의 공격에 면한 전통 서부극의 곤경을 드러낸 작품이다.
<진정한 용기>는 찰스 포티스가 1968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을 각색한 영화로, 원작에 충실하다는 평을 들었다. 사업차 떠난 아빠가 총을 맞고 죽자, 십대 딸 매티는 복수를 다짐한다. 인디언보호구역으로 피신한 악당을 잡으려면 연방집행관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은 매티는 그중 가장 악명 높은 루스터 콕번을 선택한다. 평소 농장의 재정을 관리할 정도로 똑 부러진 소녀는 100달러를 제시하며 콕번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같이 길을 나서기를 고집한다. 여기에 같은 범인을 쫓아온 텍사스 레인저 라뷔프가 가세하면서 흥미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진정한 용기>의 첫 재미는 세 인물이 티격태격하는 상황에 있다. 나이, 성격, 가치관, 경험이 다르기에 다툴 수밖에 없는 세 사람이 마침내 서로를 돕는 과정이 웃음과 눈물을 빚는다. 두 번째 재미는 전통 서부극의 진화된 모습이다. 서부영화의 1, 2세대가 개척자와 프로페셔널을 영웅으로 삼았다면 이제 후계자 혹은 아마추어와 대면한 영웅은 바뀐 시간을 실감해야 한다. 이런 유의 영화로는 돈 시겔의 <최후의 총잡이>가 단연 걸작이나, <진정한 용기>도 감동에서 뒤지지 않는다. 또 다른 변화는 잔인성이다. 교수형이 집행되는 광경을 시민들이 놀이 구경하듯 보고 있고, 아이들이 바로 앞에서 뛰놀고 있으며, 극 전체에서 악당은 필요 이상으로 잔혹하게 취급당한다. 아마도 당시에 인기를 끌던 스파게티 웨스턴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소녀 역의 킴 다비와 가수에서 배우로 활동영역을 넓힌 글렌 캠벨, 해서웨이 영화에서 기이한 악당 역을 연이어 선보인 데니스 호퍼, 짧지만 인상 깊은 연기의 로버트 듀발이 영화를 빛내는 가운데, 이 영화로 드디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존 웨인은 잊지 못할 열연을 보여준다. 무례하고 거칠고 지저분하고 괴팍한 성품을 지닌 술꾼이자 애꾸눈인 콕번은 웨인이 40년 동안 주로 맡은 역할과 동떨어진 인물이다. 그러나 웨인은 ‘황금의 마음’을 지닌 남자를 또 한번 창조했고, 빛나던 아이콘을 스스로 버림으로써 서부극의 진정한, 그리고 영원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독신으로 늙은 콕번을 보며 소녀가 가족묘지의 자기 자리 옆으로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할 때, 그는 웃으며 길을 떠난다. 그는 외로운 영혼을 품은 서부 남자의 원형이다. 웨인의 만년을 기억하려면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 <최후의 총잡이>와 함께 <진정한 용기>가 필견이다. <진정한 용기>의 미국 개봉을 맞아 다시 꺼내든 DVD는 10년 전 미국에서 발매된 것이다. 나중에 출시된 한국판과 이 판본은 지금 절판됐으며, 현재는 해외에서 특별판과 블루레이 구입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