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서 금발 미녀가 소비되는 방식에 어떤 법칙이 있다면, 킴 베이싱어의 커리어가 정석일 것이다. 그녀는 영화 <미녀 삼총사>의 전신인 드라마 <찰리스 엔젤>을 비롯해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의 본드걸, <배트맨>의 여기자, <LA 컨피덴셜>의 팜므파탈로 이름을 떨쳤다. 독일, 스웨덴, 체로키족의 피를 이어받은 베이싱어는 이들 영화의 미장센을 빛내는 데 절대적으로 일조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게 바로 킴 베이싱어의 진짜 매력이었다. 미키 루크와 함께 출연한 <나인 하프 위크>가 그 증거다. 9주일 절반의 시간 동안 꽃미남 재력가에게 얼음으로, 벨트로, 음식으로 희롱당하던 그녀는 절정의 미모를 과시하는 동시에 일상의 균열을 깨달아버린 여성의 신경증적인 불안을 섬세하게 연기해냈다. 킴 베이싱어의 최근작 <세인트 클라우드>에선 그 아슬아슬한 매혹을 더이상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깝다. 싱글맘으로서 두 아들을 키우는 역할을 맡은 베이싱어는 피곤에 찌든 얼굴로 매일 아침 집을 떠난다. 이제 그녀는 영화보다 일상에 가까워 보인다. 세월은 그렇게 한 시대를 사로잡았던 미녀의 아름다움을 시기했던 모양이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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