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톡]
[유준석] ‘사운드 퍼즐’로 빚은 괴담이다
2011-01-12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사진 : 오계옥
40분짜리 공포영화 <귀신 소리 찾기>의 유준석 감독

무척이나 긴장한 모습이었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에야 유준석 감독은 긴장이 좀 풀렸는지 이런저런 사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소리를 이용한 공포영화를 만들었다는 말에 사운드 전공자는 아닐까 예상해봤는데 그렇진 않다. 소리에 대한 그의 관심은 미스터리 구조로 관객의 오감을 잡아채기 위한 자신만의 일종의 차별화 전략 중 한 가지라고 한다. 유 감독은 2003년에 인비저블 시리즈 1편 <숨은 소리 찾기>를 연출했고 2005년에 OCN에서 방영된 미스터리 시리즈 드라마 <코마> 중 임원희가 주연을 맡은 3편을 연출한 적이 있으며 이번 개봉작 <귀신 소리 찾기>는 인비저블 시리즈 2편이다. 공포영화이며 귀신 소리가 들린다는 시골집을 취재하는 텔레비전 리얼리티 쇼프로그램팀이 주인공이다.

-상영시간 40분인 영화가 극장에서 정식 개봉하는 건 이례적이다. 어떻게 성사됐나.
=단편을 작업하는 사람들은 영화제 밖에서 영화를 상영하기가 힘들다. 그런 점에서 일단 극장에서 정식 개봉하는 건 의외여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배급사 인디스토리에서 연락이 왔다. 인비저블 시리즈 3편까지 만든 다음 세편을 묶어서 함께 개봉하는 것을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난 지금 넋을 놓고 다른 걸 쓰고 있는 중이라 당장 3편을 만들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러다가 말 나온 김에 그냥 2편만 단독 개봉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돌아섰다.

-이른바 <귀신 소리 찾기>가 인비저블 시리즈 2편이며, 3편까지 계획되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3편까지 구상했다. 하지만 아직 3편의 내용이 있는 건 아니다. 생각 중이다. 세편을 모두 묶는 브리지가 필요할 수도 있겠고 아닐 수도 있겠고. 지금은 어쨌든 2편 단독 개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편까지 묶어서 하는 건 지금으로서는 일단 마음을 비운 상태다.

-소리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생기게 된 것인가.
=<환상특급> 같은 기묘한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기존의 것들과 차별화하고 싶었다. 그러다 시각적인 것보다 청각적인 것에 사람들이 훨씬 더 예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사운드 미스터리를 생각해낸 것이다.

-사운드 전공인가.
=아니다. 내가 공부를 원래 잘 못했다. 고등학생 때도 꼴찌였다. (웃음) 아, 안동에 있는 대학의 영상 관련 학과에 입학한 적은 있는데 거기가 좀 이상한 학교였다. <두사부일체>가 진짜 있는 이야기더라. 실제로 그 지방 깡패가 학교에 다니질 않나, 기숙사 점호를 몽둥이 들고 하질 않나, 그러다 내가 영화 동아리를 하나 만들어보려 했는데 원래 있던 방송 동아리에서 훼방을 놓아서 잘 안됐다. 안 맞아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영화는 독학한 거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관심은 정말 어린 시절부터 내내 갖고 있었다.

-소리를 사용하는 것에 관한 구체적인 연출 계획이 있었을 것 같다.
=<귀신 소리 찾기>에는 세 가지 유형의 소리가 나온다. 첫 번째는 극중 취재팀이 조작하는 사운드다. 그 소리는 나무를 누군가가 밟아서 나는 소리 같은 것이다. 영화 속 현장이 한옥집이다 보니 음산한 소리를 내자, 하는 생각에서 만들었다. 두 번째는 영화 속 취재팀 중 정필우라는, 귀신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이 정말 귀신 소리를 찾기 시작할 때 나는 발자국 소리들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녹음기에 녹음된 귀신의 말소리다. 이렇게 성격이 다른 세 가지 소리들이 나온다. 귀신 소리는 실제로 여배우 목소리로 녹음한 다음 컴퓨터에 넣어봤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더라. 너무 또렷하게 들렸다. 대신 남자 목소리로 녹음하고 나서 찌그러뜨렸더니 정말 여자 귀신 목소리 같았다.

-페이크 다큐 혹은 방송 리얼리티 프로그램식의 방식을 따랐다.
=그 방식을 따르긴 했지만 극영화에 맞춰서 시나리오를 썼다. 콘티만 없었을 뿐 완벽하게 시나리오를 갖고 갔다. 새미 페이크 다큐 정도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시나리오는 어떻게 풀었나.
=사운드 퍼즐이라는 컨셉이 있었다. 사운드를 소재로 퍼즐을 내서 관객에게 접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괴담식으로 말이다. 왜 어린 시절에 텐트 속에서 무서운 괴담을 많이 듣곤 하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가장 무서운 괴담은.
=실은 그런 게 없다. (웃음) 하지만 2009년에 커피숍에서 바리스타 아르바이트 일을 하던 때인데, 같이 일하는 여직원 다섯명에게 쪽지를 한장씩 서로 모르게 나눠줬다. 그러고 나서 그걸 모아서 동시에 맞춰보라고 했다. 종이에는 각각 뒤, 에, 조, 심, 해, 한자씩 쓰여 있었다. 모아놓고 보니 ‘뒤에 조심해!’이지 않나. 꺅 하고 다들 놀라더라. 그 때, 아 이게 재미있겠구나 생각했다. <귀신 소리 찾기>도 쌍둥이 자매의 불륜 이야기로 진행하다가 막판에는 예상하지 못한 다섯 음절이 맞춰지면서 끝나지 않나. 40분 중 39분이 맥거핀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누군가가, 이 영화 후반부 유치하다, 다시 끝나고 생각해도 유치하다, 이럴 순 있는데 그래도 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진지한 척하면서 죄의식을 건드린 다음 공포 효과를 주는 거다. 영화제에서 상영할 때 재미있는 광경을 하나 봤는데, 관객이 스크린은 안 보고 극장 스피커쪽에 내내 관심을 두더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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