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세계대전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비행사로 기록된 만프레드 폰 리히트호펜, 일명 ‘붉은 남작’의 실화를 담았다. 1916년, 프랑스 북부연합군 지역에서 열린 영국군 장교의 장례식에 독일 전투기 4대가 날아들어 ‘친구이자 적에게’라고 쓰인 꽃다발을 바치고 사라진다. 그중 한명이 만프레드 폰 리히트호펜(마티아스 슈바이그호퍼)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연합군’을 주인공으로 한 전쟁영화를 주로 보아왔다. 독일인이 만든, 독일군이 주인공인 영화를 보는 건 그래서 낯설고 약간은 불편한 선입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레드 바론>은 무조건적으로 독일을 찬양하는 종류의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일종의 <그랑 블루> 같은, 설령 죽음의 위협이 존재하더라도 열정의 대상에서 감히 헤어나오지 못하는 남자들의 모험담이다. 혹은 이카로스나 프로메테우스적 현현에 관한 현대판 신화다.
만프레드 폰 리히트호펜은 굉장히 흥미로운 인물이다. 지금까지 이 인물에 대한 무수한 책과 다큐멘터리와 영화가 쏟아져나온 것도 당연하다. 그는 거의 순진하다 할 만큼 전쟁을 일종의 스포츠로 인식하는 귀족이다. 하늘 위에서 태양에 가까이 다가가는 쾌감에 젖어 있던 그는, 땅 위에 도달해 육군의 최전방 참호를 방문하고 나서야 어이없이 참혹하게 죽어가는 인간의 갈가리 찢긴 신체를 목격하며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그런 만큼 <레드 바론>은 기존 전쟁영화와 달리 스펙터클을 강조하기보다 ‘붉은 남자’의 내면을 더 중요하게 파고든다. 때때로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흘러가는 음악과 촬영의 과용이 거슬리기도 하지만 25살에 불운하게 숨을 거둔, 젊어서 죽은 어떤 영웅에 대한 회고담으로서는 상당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