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연기와 남성적인 매력으로 승부하던 배우가 갑자기 머리와 감성을 쓰는 연기에 도전해야 한다면? <세인트 클라우드>는 <하이 스쿨 뮤지컬> 시리즈의 간판스타 잭 에프런이 처음으로 도전한 본격 드라마영화다. 죽어서도 서로를 떠나지 못하는 형제가 주인공이다. 스탠퍼드 장학생으로 입학 예정이던 고등학생 요트 선수 찰리(잭 에프런)는 끔찍이 아끼던 동생 샘(찰리 타한)을 자동차 사고로 잃는다. 찰리는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동생이 묻힌 묘지의 관리인으로 살아가며 과거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과 함께 야구 연습을 하던 숲속을 찾은 찰리는 글러브를 낀 채 형을 기다리는 샘의 유령을 발견한다. 형제는 그날부터 매일 밤 해가 지기 전, 같은 자리에서 야구 연습을 하기로 약속한다. 그런데 찰리가 묘지에서 우연히 만난 요트 선수 테스(아만다 크루)와 사랑에 빠지면서 죽음도 뛰어넘은 형제의 우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은 벤 셔우드(현 ABC 사장)의 베스트셀러 <찰리 세인트 클라우드의 죽음과 삶>이다. 영화를 보면 제작자들이 왜 이 소설에 입맛을 다셨는지 알 것 같다. 정서적으로 더 가까운 ‘죽은 자’와 늘 함께 있고 싶은 ‘산 연인’ 중 누구를 택할 것인가. 삶과 죽음, 판타지와 로맨스가 퀼트마냥 촘촘히 얽힌 이 이야기로부터 풍부한 해석을 끌어낼 수 있다고 봤을 것이다. 그러나 버 스티어스의 연출은 다소 밋밋하다. 크게 거슬리는 장면은 없으나 감정의 강약 조절 없이 시종일관 잔잔한 느낌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연출이 범한 우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는 거다.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는 잭 에프런은 극중 배역인 묘지 관리인의 의무처럼 섬세하고도 우직하게, 첫 드라마 영화 주연작의 임무를 수행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