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외신기자클럽] 게유를 아십니까
2011-01-19
글 : 데릭 엘리 (<버라이어티> 수석국제평론가)
<희생> <양자탄비파> <쉬즈 더 원2>로 대륙 박스오피스 장악한 스타
<야연>의 게유.

질문: 자국 박스오피스 톱10에 현재 무려 영화 세편을 동시에 올려놓은 아시아 영화스타는 누구인가? 세편 모두 국제적으로 유명한 감독들의 작품이고, 세편의 현재 박스오피스 수익을 합치면 2억달러에 달한다. 힌트: 그는 대머리에 53살, 그의 친한 친구들조차 그를 핸섬하다고 하지 않는다. 답은 말할 것도 없이 ‘게유’다. 대부분의 영화팬조차 이 대목에서 “게… 누구요?” 하고 되묻지 않을까.

영화계의 가장 스타 같지 않은 슈퍼스타 게유는 첸카이거의 시대극 <희생>(중국 개봉 지난해 12월4일), 장원의 오리엔탈 웨스턴 <양자탄비파>(12월16일 개봉), 펑샤오강의 로맨틱코미디 <쉬즈 더 원2>(12월22일 개봉)에 모두 출연했다. 박스오피스 성적으로 따지면 그는 지금 현재 가장 따끈따끈한 스타다. 그렇지만 그는 1994년 칸영화제에서 장이모의 <인생>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과 25년 동안 배우로 활동하면서 4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 외에는 중국어권 밖 세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게유는 1957년 4월19일 베이징에서 태어났고, 중학교 졸업 뒤 중국 문화대혁명 시절에는 농촌에서 일했다. 1980년대 초 그는 국가무역노조연합 문화패에 들어가 연극배우가 되었고, 1984년에 처음 작은 역할로 영화에 출연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뒤에야 그는 사실주의 소설가 왕슈오가 시나리오를 쓴 <갑방을방>(甲方乙方)에 출연하며 스크린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갑방을방>은 최초로 베이징 사람들의 일상적 삶을 뛰어나게 그려낸 영화 중 하나로 사랑, 결혼, 직업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돕는 에이전시를 연 세 남자 이야기다.

전형적인 베이징 스타일의 거칠면서 좀 느린 캐릭터를 통해 표현되는 게유의 건조한 코미디적 재능은 곧바로 눈에 띄었다. 이후 여러 장르영화에도 출연했지만 그는 이런 코미디적인 재능으로 가장 잘 알려지고, 1993년 이혼 코미디 드라마 <헤어진 뒤에>(또는 <그냥 지나가도록>이라고 알려진)로 중국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금계장에서 최고 남자배우상을 받았다. 영화의 여자주인공은 영화배우 쉬판이 연기했고, 시나리오작가는 펑샤오강이었다. 쉬판과 펑샤오강은 그 뒤 결혼했고 게유와 함께 작업하면서 그들의 경력은 중국의 신년 코미디영화(그전에는 홍콩에만 있었던)라는 새로운 히트 장르 컨셉으로 굳어진 일련의 부조리 코미디로 이어졌다. 펑샤오강과 게유는 둘 다 베이징 출신으로 비슷하게 건조한 북방식 유머를 지녔고, 현재까지 팀으로 같이 작업하고 있다. 이들 영화는 중국 관객에게 피부로 와닿는 중국의 사회적 변화들에 삐딱한 시선을 던지고 있다.

게유와 첸카이거 감독과의 관계는 같이 작업한 시대극 <패왕별희>(1993)에서 시작되었다. 이 영화에서 게유는 극악하고 뺀질거리는 역할을 해내면서 배우로서의 다른 일면을 드러낸다. 최근작 <희생>은 여러 갈래로 얽힌 복수를 다룬 시대극으로, <진송>이나 <야연> 같은 다른 시대극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게유의 또 다른 재능을 최고조로 보여준다. <양자탄비파>는 게유가 처음으로 배우이자 감독인 장원과 함께한 작업으로 게유의 양면적인 재능을 모두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게유는 1919년 중국의 작은 시골 마을의 폭군을 몰아내기 위해 악당들과 한패가 되는 호감가는 사기꾼 역을 연기했다. 장원은 이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홍콩배우 주윤발은 가장 악당스러운 폭군 역을 맡았다. 게유가 연기한 사기꾼은 이 둘 사이를 극적으로 엮어주는 역할로 관객의 기억에 남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게유는 영화에서조차 외모가 다는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배우다.

번역 이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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