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영이 똑같이 장총을 들고 서 있다. 한쪽은 1990년 <부활의 노래>에 출연한 이경영이고 또 하나는 2011년 <죽이러 갑니다>의 이경영이다. 두 영화에서 이경영은 각각 사회정의와 노동해방을 부르짖고 있다. 20년 전에는 정치·사회적 모순과 민중의 현실에 분노하다가 결국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장렬한 최후를 맞았었고, 지금은 피크닉을 떠난 사장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하는 해고노동자가 됐다. 그 지위만 놓고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별 다르지 않은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쩌면 지난 10여년 동안 오해 속에서 아무런 항변도 하지 못하고 살아온 그의 현재의 고통과도 겹칠지 모른다. 당시 20대 후반의 나이에 <연산일기>(1987)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비오는 날의 수채화>(1989)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부활의 노래> 때 이미 서른살이었다. 젊어서부터 성공가도를 달려온 하루아침 스타는 아니었다. 말하자면 배우에게 ‘세월’은 거역할 수 없는 절대적인 그 무엇이다. 그를 더 많이 더 자주 보고 싶은 마음은 그래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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