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가장 밉살스럽고 덜 자란 머저리 영웅 <그린 호넷 3D>
2011-01-26
글 : 김도훈

미디어 재벌의 외아들 브릿 레이드(세스 로건)는 할 줄 아는 건 파티밖에 모르는 놈팡이다. 부친이 사망하자 브릿은 하루아침에 미디어 제국을 물려받는데 물론 그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 대신 브릿은 부친의 자동차 정비공이었던 기계와 무술의 천재 케이토(주걸륜)와 슈퍼카를 개조해 타고 다니며 ‘그린 호넷’이라는 이름으로 영웅 행세를 한다. 그러다 여자도 얽히고(카메론 디아즈가 별 볼일 없는 분량으로 등장한다), 악당도 얽힌다(좋은 배우 크리스토프 왈츠가 별 볼일 없는 역할로 등장한다).

‘그린 호넷’은 <쉐도우>처럼 20세기 초 라디오 시리즈로 처음 등장한 영웅이다. 이 시리즈가 가장 유명해진 건 1966년 미국 <ABC>의 TV시리즈에서 케이토 역을 이소룡이 맡으면서부터다. 아직 할리우드가 제대로 건드린 적 없는 시리즈니 <그린 호넷 3D>는 감독의 특성과 재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그러나 미셸 공드리는 블록버스터다운 즐거움과 공드리다운 재기를 둘 다 보여주지 못한다. 공드리는 종종 불안한지 화면을 수십개로 분할하는 잔재주를 부린지만 그거야 브라이언 드 팔마가 수십년 전에 했던 재주고, 요즘은 비욘세 뮤직비디오에도 나오지 않나. <그린 호넷 3D>는 한때 잠깐 천재로 불리던 비주얼리스트가 그 시절 재주만 반복하며 뒤로 처지는 걸 목격하는 기분이 드는 영화다.

남자주인공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드 애파토우 영화에서도 가장 밉살스럽고 덜 자란 머저리처럼 행동한다. 어쩌면 그건 공드리와 (각본에도 참여한) 세스 로건의 진정한 자아일지도 모르겠다. <수면의 과학>의 찌질한 남자주인공을 발로 차버리고 싶었던 관객이라면 이것 역시 참아내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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