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그림 형제의 동화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푼젤>의 원작인가요?
A. 그림 형제의 <라푼젤>이 원작이긴 하나, 디즈니의 <라푼젤>은 그림 형제의 동화를 그대로 따르지 않습니다. 독일의 민간설화를 바탕으로 그림 형제가 펴낸 동화집, 그림 동화에는 <신데렐라> <백설공주> 등과 함께 <라푼젤>이 실려 있습니다. 신데렐라와 백설공주는 갖은 고생 끝에 멋진 왕자님과 사랑을 꽃피우지만 라푼젤은 그렇지 않습니다. 라푼젤의 어머니는 라푼젤을 가졌을 때 심한 입덧으로 고생을 하는데, 이웃집 정원에 심어진 싱싱한 상추가 먹고 싶다며 남편에게 상추를 따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나 정원의 주인은 마녀입니다. 라푼젤의 아버지는 아내의 청이 너무도 간절해 상추를 훔치지요. 그러나 마녀 고델에게 발각됩니다. 고델은 라푼젤의 부모에게, 그들이 낳은 첫아이를 자신에게 달라고 합니다. 그렇게 라푼젤은 높은 탑에 갇혀 고델의 손에 길러집니다. 라푼젤의 머리카락은 자라고 또 자랍니다. 라푼젤의 긴 머리를 이용해 고델은 탑을 오르내립니다. ‘라푼젤, 라푼젤, 너의 머리카락을 내려뜨리거라’라고 말하면 라푼젤은 머리카락을 내려뜨렸지요. 그러다 숲속을 지나던 왕자가 라푼젤을 발견합니다. 고델은 둘의 사랑을 눈치채고는 라푼젤의 긴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 라푼젤을 쫓아버립니다. 영화 <라푼젤>의 라푼젤 역시 마녀 고델에 의해 탑에 갇혀 지냅니다. 그러나 캐릭터가 확 바뀌었습니다. 라푼젤은 우리가 알던 그 소녀가 아닙니다. 호기심 가득한 두눈을 굴리며, 바깥세상으로 나갈 꿈을 꿉니다. 아름답고 씩씩한 라푼젤은 디즈니의 새로운 공주상이라 부를 만합니다. <라푼젤>엔 백마 탄 왕자님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도둑, 플린 라이더가 남자주인공이지요. 한마디로 그림 형제의 <라푼젤>이 어두운 정조를 띠었다면 디즈니의 <라푼젤>은 상큼합니다.
Q2. 라푼젤의 탐스러운 긴 머리카락, 대체 몇 미터인가요?
A. 기네스북에 오른 가장 긴 머리카락의 길이는 5m가 넘는다고 합니다. 평균적으로 머리카락은 1년에 15cm 정도밖에 자라지 않지만, 머리카락에는 수명도 있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탈모현상이 일어납니다. 5m는 분명 놀라운 기록이지만 라푼젤의 상대는 안됩니다. 동화 속 라푼젤의 머리 길이는 알 길이 없지만, 영화 속 라푼젤의 머리 길이는 21m입니다. 키 2m의 농구선수 10명을 일자로 쭉 이어붙인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게다가 모발은 10만여개나 된다고 합니다. 3D 영상으로 구현돼 영화 속 라푼젤의 긴 금발머리는 더욱더 탐스러워 보입니다. 10만여개의 모발 한올 한올에 윤기가 좌르르 흐르니까요. 기술의 승리입니다. <라푼젤> 제작진의 머리카락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도 재밌습니다. <라푼젤>에 참여한 10명의 여성 스탭이 제작 기간 동안 머리를 길렀고, 영화 작업이 모두 끝난 뒤 긴 머리카락을 잘라 가발 제작기관에 후원했다고 합니다.
Q3. <라푼젤>이 디즈니의 50번째 장편애니메이션이라면서요.
A. 1937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시작으로 디즈니는 50편의 장편애니메이션을 선보입니다. 그사이 디즈니는 전성기도 구가했고 침체기도 맛봤지요. 특히 2000년대 들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명성은 예전만 못했습니다. 픽사(지금은 디즈니의 자회사가 됐지만)와 드림웍스가 치고 올라오던 시기에 디즈니는 <공주와 개구리> <볼트> <로빈슨 가족> <치킨 리틀> <카우 삼총사> <브라더 베어> 같은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실망스러웠지요. 디즈니의 50번째 애니메이션 <라푼젤>은 그렇지 않습니다. <라푼젤>은 여전히 꿈과 환상의 세계를 아름답게 펼쳐 보입니다. 디즈니가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것들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과감하게 원작 동화보다 멋진 신세계, 멋진 캐릭터를 그려냅니다. 50이란 숫자에 디즈니의 새로운 도약이란 의미를 부여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