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모함 광수’의 코믹본능
2011-02-08
글 : 이주현
사진 : 오계옥
<평양성>의 이광수

1985년 7월, 인천에서 태어났다. A형이다. TV에 나오는 내 모습과 실제 모습은 많이 다르다. 그래서 인터뷰나 예능프로그램 출연할 때 상대방이 조용한 내 모습에 실망할까봐 걱정된다. 평소에는 꽤 진지한 편이다. 연기를 안 했다면 평생 진지하게 살았을 것 같다.

학창 시절엔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사람들 앞에 서는 걸 좋아했다. 어렸을 때부터 동생이랑 대본 짜서 친척들 앞에서 연극을 선보이곤 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봐주고, 내 모습에 집중하는 게 좋았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그림도 그렸다. 미대 갈 생각도 했는데 한 군데 오래 앉아서 집중하는 건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아르바이트해서 용돈을 모아 모델아카데미에 등록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19살, 20살에는 극단에서 아동극도 했다. 집중적으로 연기를 배우고 싶어 방송연예과에 진학했고, 몇편의 CF에도 출연했다. 그중 모 통신사 CF(일명 공대 아름이 CF)가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그걸 계기로 시트콤 <그분이 오신다>에 출연하게 됐다. 이후 <지붕 뚫고 하이킥!>의 광수로, <동이>의 영달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최근에는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 고정 출연 중이다. 예능이 처음이라 초반엔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건지, 어떻게 해야 시청자가 좋아해주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최근엔 ‘모함 광수’라는 별명도 생겼고, 함께 촬영하는 형들이 잘 이끌어줘서 촬영하러 가는 날이 기다려진다.

영화는 <평양성>이 처음이다. <동이>에 함께 출연한 정진영 선배님이 이준익 감독님에게 나를 소개시켜줬다. 이준익 감독님은 나를 캐스팅하고서 많이 불안해하셨다더라. 그래서 촬영장에 준비를 많이 해갔다. 내가 제대로 못하면 정진영 선배님까지 이상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 열심히 준비했다. 내가 맡은 캐릭터는 신라 병사 ‘문디’다. 전쟁에서 출세해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먹여살리겠다는 큰 목표를 가진 인물이라 연기하면서 문디의 절실함이 표현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사투리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황정민 선배님은 한 시간 일찍 촬영장에 나오셔서 직접 사투리를 녹음도 해주시고 포인트도 집어주셨다. 찍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무래도 노출신이다. 똥 싸다가 물에 빠지는 설정이라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 타이밍도 중요하고, 화면에 정확히 엉덩이만 나와야 해서 긴장을 많이 했다. 다행히 한번에 OK가 났는데, 감독님의 OK 소리에 희열을 느꼈다.

연기자로서 최종 목표는 믿음이 가는 배우가 되는 거다. 이광수가 출연하는 작품은 재밌다더라, 그런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현재의 코믹한 이미지를 굳이 바꿔야겠단 생각은 없다. 대중이 내게서 다른 모습을 원하면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되고, 내게서 코믹한 모습을 원하면 코믹한 연기를 하면 된다. 그건 행복한 고민이다. 내가 원하는 일, 사랑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20대 초반에 군대 갔다 온 건 정말 잘한 일 같다. 차기작은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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