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르(존 쿠색)는 사악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말라리아 왕국에 산다. 이고르의 꿈은 최고로 사악한 과학자가 되는 것. 그러나 현실에선 멍청한 그리켄스타인 박사의 조수로 평생 살아야 하는 신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리켄스타인 박사가 사고로 죽는다. 이고르는 제 이름을 걸고 사악한 과학 품평회에 나갈 기회를 얻는다. 이고르가 창조한 것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생명체, 이바(애초 이고르는 ‘이블’(evil)이라 이름 붙이려 했다). 악마가 아닌 천사로 태어난 이바에게 이고르는 나쁜 비디오로 폭력성을 심으려 한다. 그러나 이바는 레드카펫 밟을 날을 손꼽으며 여배우가 될 꿈을 키운다. 게다가 그리켄스타인 박사의 라이벌 과학자 샤우든 프라우드는 이바의 힘을 이용해 왕좌에 오르려 한다.
<이고르와 귀여운 몬스터 이바>는 <프랑켄슈타인>과 <노틀담의 꼽추>의 설정을 빌려온다. 주인공 이고르는 <노틀담의 꼽추>의 콰지모도처럼 등이 굽었고, 프랑켄슈타인 박사처럼 예측불허의 괴물을 창조한다. 이고르는 여기저기서 양분을 섭취해 똑똑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로 탄생했다. 그러나 이고르의 활약보다 이고르의 발명품인 스캠퍼(스티브 부세미)와 브레인(숀 헤이즈) 그리고 이바의 활약이 훨씬 흥미롭다. 스캠퍼는 쇳덩이에 깔려도, 팔다리가 잘려도 절대 죽지 않는 불멸의 고양이로, 자신의 운명에 체념해서인지 몹시 까칠하다. 브레인은 인간의 뇌로 만들어 똑똑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알고 보니 멍청한 사고뭉치다. 철자법에 익숙지 못한 브레인이 자신의 이름을 브라이언으로 쓴 바 있는데, 스캠퍼는 그걸 놓치지 않고 브레인을 브라이언이라 놀린다. 이바는 프랑켄슈타인의 끔찍한 괴물과 달리 깜찍함으로 주위 사람들을 소스라치게 놀라게 한다. 이처럼 기대를 배반하는 캐릭터들이 블랙코미디를 구사할 때 <이고르와 귀여운 몬스터 이바>는 활력을 띤다. 이고르 목소리를 맡은 존 쿠색은 모범생처럼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선보인다. 그보다 매력적인 건 스캠퍼와 혼연일체된 스티브 부세미의 목소리 연기다.
<이고르와 귀여운 몬스터 이바>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더 어필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선과 악의 가치가 뒤죽박죽된 세계를 아이들은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고르와 귀여운 몬스터 이바>는 팀 버튼 영화의 밝은 버전 같다. 재밌는 건 팀 버튼도 <프랑켄슈타인>을 변용한 <프랑켄위니>를 만든 적이 있다는 사실. 권선징악의 결말로 이야기를 급하게 마무리지어 김이 빠지긴 하지만 <이고르와 귀여운 몬스터 이바>는 비틀기의 미학을 활용해 두눈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