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익숙하면서도 모던한 결을 성공적으로 덧붙인 <라푼젤>
2011-02-09
글 : 김용언

뒤늦은 감탄일지도 모르겠으나, <라푼젤>을 보고 있노라면 이제 3D 기술로 표현하지 못할 게 없다는 실감에 압도당한다. 무려 21m에 달하는 라푼젤의 황금빛 머리카락이 찰랑거릴 때의 리듬감과 볼륨감, 조명의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미묘한 색조 등이 완벽하게 표현될 때, 우리는 그림 형제의 고전 동화가 왜 실사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밖에 가능하지 않은가를 납득할 수 있다.

라푼젤(맨디 무어)의 황금빛 머리카락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 마녀 고델(도나 머피)은 라푼젤의 머리카락을 독점하기 위해 18년 동안 높은 탑 안에 꼭꼭 감춰왔다. 고델을 친엄마로 믿는 라푼젤은 꼭 한번만 엄마의 뜻을 어기고 탑 바깥으로 나가 아름다운 등불 축제를 보고 싶어 한다. 어느 날 그녀의 탑에 불시착한 매력적인 도둑 플린 라이더(재커리 레비)는 라푼젤의 모험길에 어쩔 수 없이 동행하게 된다.

<라푼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고전 원작과 3D 기술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기도 했거니와 유명한 동화 속 인물들의 맥없이 간략한 행동 기술만으로 묘사된 캐릭터로부터 익숙하면서도 모던한 결을 덧붙이는 데 대단히 성공적이다. 순진무구한 소녀가 생전 처음 보는 세상에 낯설어하고 황홀해하는 과정은 <로마의 휴일>을 연상시키거나, 혹은 캐리 그랜트 주연의 느긋한 로맨틱 스릴러들의 전통과도 닮아 있다. 게다가 라푼젤과 고델의 갈등은 이 세상 모든 모녀들의 전쟁을 빼닮았다. 상처받을 위험을 무릅쓰고 싶어 하는 로맨틱한 딸과 그 위험을 가능한 한 지연시키려는 과잉된 모성 사이의 갈등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무서울 지경이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1>을 누르고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화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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