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꿈꾸었던 또 다른 삶에 대한 선물 <오슬로의 이상한 밤>
2011-02-09
글 : 이화정

40년간 근속한 기차 기관사. <오슬로의 이상한 밤>은 은퇴를 맞은 기관사 오드 호텐의 이야기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마지막 운행을 하고 은퇴 파티를 할 때까지는 여느 정년 퇴직자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파티가 끝난 그날 밤, 오드의 ‘이상한’(odd) 하룻밤은 시작된다. 우연히 들어간 집 안, 꼬마 아이는 오드에게 머리맡에서 잠들 때까지 책을 읽어줄 것을 요구하고, 거리에 쓰러진 노인은 자신의 집에 함께 갈 것을 요구한다. 하룻밤 사이, 낯선 이들과 얽혀드는 동안 오드는 그간 숨겨두었던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게 된다.

오드의 삶은 오드가 운행하는 기차처럼 평탄하게 직선을 그려왔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밝은 선로가 등장할 것이라는 의심의 여지없는 현실. 기관사들 내에서도 묵묵하게 자기 할 일을 해내는 오드야말로, 모범적인 기관사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스키점프를 꿈꾸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저지당해야 했던 자신의 엄마처럼, 수줍은 오드에게도 활강의 꿈은 숨어 있었다. 오드의 특별한 하룻밤은 결국 그가 가지 못했지만, 꿈꾸었던 또 다른 삶에 대한 일종의 선물 같은 판타지다. 그건 단순히 ‘노년의 고독’쯤으로 뭉뚱그려 치부해버리기에 지극히 정교하고 세심한 정서다.

물론 오드의 경험을 아주 스펙터클한 모험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거리에서 만난 노인은 자신이 눈을 감고도 운전할 수 있다며 동승을 요구하고, 슈트를 빼입은 샐러리맨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슬라이딩하는 것 정도가 벤트 호머가 건네는 모험의 전부다. 북구의 차가운 날씨를 닮은 이 엉뚱한 유머야말로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다. 심오하고 사색적인 시놉시스의 행간에 숨은 코믹함을 실행시키는 것은 결국, 오드 역할을 하는 배우 바드 오베의 연기다. 무표정으로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그의 표정과 몸짓에서 자크 타티나 혹은 버스터 키튼을 발견한다 해도 무리가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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