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김도훈의 가상인터뷰] 제 머릿결의 비밀을 알고 싶나요?
2011-02-09
글 : 김도훈
<라푼젤>의 라푼젤

-머리빨 끝내주시네요.
=머리빨이라뇨. 머리카락이 좀 돋보이긴 하지만 수풀 같은 머리카락을 헤치고 자세히 살펴보면 오밀조밀 예쁜 얼굴이에요.

-머리카락이 너무 치렁치렁해서 얼굴이 잘 안 보이긴 하지만, 뭐 그러시다니 그런 줄 알고 있겠습니다. 근데 대체 망루에는 왜 갇힌 거예요?
=그림 동화 안 보셨어요?

-그림책 많이 봤죠.
=아니, 그림 동화요. 독일 작가 ‘그림 형제’가 쓴 그림 동화 말이에요.

-참. 그림이 사람 이름이었죠. 제가 나름 지식인이라면 지식인인데 그건 종종 헷갈리네요. 허허허.
=지식인과 신지식인의 차이는 뭔가요 그럼?

-지식인은 자기 스스로 지식인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말하고, 신지식인은 지식인인지 아닌지 여부는 관계없이 정부가 지식인으로 지정해준 사람을 의미합니다.
=오, 간결하네요. 여튼 제가 망루에 올라간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루는 엄마가 상추가 먹고 싶다고 보챘는데 아빠가 상추 서리를 하다가 주인 마녀에게 붙잡혔어요. 이 빌어먹을 영감쟁이가 “애를 낳으면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라고 말도 안되는 약속을 하는 바람에 태어나자마자 마녀에게 붙들려와서 망루에 갇히게 된 겁니다. 제 이름이 라푼젤인 것도 그 때문이죠. 독일어로 라푼젤은 상추라는 의미거든요.

-오. 저 상추 좋아합니다. 아삭아삭하고 보들보들하고요.
=기자님 그거 은근 성희롱임.

-그런 의미는 아니고요. 여튼 나중에 왕자가 망루로 오잖아요. 많이 사랑하셨나봐요.
=그랬죠. 엄청 뜨거웠어요 우린. 힝. 서로 막 제 머리카락으로 몸 구석구석을 간지럽히기도 하고. 앙.

-저… <라푼젤> 이거 동화 아닌가요?
=그림 형제가 썼을 땐 딱히 동화가 아니었던걸요. 왕자가 왔다는 걸 마녀가 어떻게 알아챘을 것 같아요? 제가 임신해서 배가 불러오자 그걸 보고 눈치를 챈 거죠.

-헉. 그런 내용이 있었다니. 하긴 그 시절 동화의 원전을 읽다보면 소름이 막 끼치더라고요. <신데렐라>에서도 계모가 두 언니의 발을 구두에 맞추려고 뒤꿈치를 막 칼로 잘랐다는 설정이 있었고, 이거 완전 <쏘우> 아닙니까. 한국 동화도 마찬가지죠. <콩쥐팥쥐>에서도 콩쥐의 원한을 풀어주려고 원님이 팥쥐를 죽여서 젓갈을 담가 팔쥐 엄마한테 먹이고… 이건 거의 <한니발>입니다. 어쨌거나 마지막으로 물어볼게요. 라푼젤씨 머릿결의 비밀은 뭔가요. 제 뒤에 앉아 있는 이화정 기자가 정말 알고 싶대요. 이화정 기자가 요즘 나이가 들어서 모근에 힘도 없고 머릿결이 축축 처진답니다.
=머리를 감지 않는 게 제 모발미(毛髮美)의 비밀이랍니다.

-그… 그런 비결 따윈 전할 순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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