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강병진의 영화 판판판] 누구를 위하여 여명은 터오나
2011-02-14
글 : 강병진
<아덴만의 여명> <하늘에 산다> 등 추진중인 전쟁영화, 국정홍보용 변질 우려
크리스마스 엔터테인먼트가 자료사진으로 제공한 세부 작전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 주얼리호 선원들을 구출한 청해부대의 활약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이다. 제목은 <아덴만의 여명>. <소년, 천국에 가다> <괴물> 등에 투자하고 <하늘과 바다>를 제작한 크리스마스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월8일 보도자료를 통해 “약 200억원의 제작비가 소요될 예정이며 한국의 명망있는 감독과 최고의 스탭을 구성할 것이고, 전세계 배급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김영대 대표는 “소재가 가진 리얼리티와 감동, 글로벌 프로젝트로의 가능성 때문에 영화화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4일에는 정지훈과 신세경, 이하나, 유준상 등이 영화 <하늘에 산다>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고 신상옥 감독의 <빨간 마후라>를 리메이크하는 이 영화는 전쟁 발발의 위기에 처한 한반도를 배경으로 공군 조종사들의 사투와 사랑을 그릴 예정이다. 역시 약 100억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액션 블록버스터다.

6·25전쟁 60주년을 맞이한 지난해에는 전쟁영화 기획이 쏟아져나왔다.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분야에서도 <전우>와 <로드 넘버원> 등의 전쟁드라마가 제작돼 방영됐다. 이 작품들은 군 당국의 화끈한 협조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기획된 만큼 MB시대의 호재를 노렸다는 선입견을 지우기 어려웠다. 실제로 영화 제작을 빌미로 정부 언저리에서 나돌던 눈먼 돈을 챙긴 사례도 적발됐다. 당시 한 보수 성향의 언론단체 대표는 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속여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늘에 산다>와 <아덴만의 여명>은 어떨까. <하늘에 산다>는 스타급 배우와 대기업 투자배급사가 참여를 밝혔다. 김영대 대표는 <아덴만의 여명>이 "UDT 대원들의 휴머니즘과 함께 소말리아 해적들의 뒷거래, 실제 특수부대 출신의 자문을 얻은 액션장면 등을 통해 어디까지나 영화적인 매력을 강조하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들 또한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특히 <아덴만의 여명>의 경우 여러 온라인 토론방과 트위터의 타임라인에 가상시나리오가 오르내리고 있다. 진중권 문화평론가는 팔로워와의 대화에서 이렇게 적었다. "청계천에서 출발한 로봇물고기가 대운하를 거쳐 아덴만에 투입된다!" 어느 네티즌은 기사 댓글에 적었다. "예비군 훈련 정신교육시간에 조금은 볼 만한 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영화에 대한 이러한 반응들이 목숨을 걸고 선원들을 구출한 청해부대원의 활약을 저평가하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작전 성공 이후 정부와 언론이 그들의 활약상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에서 보듯, 이 영화가 국정홍보용으로 변색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 가깝다. 예를 들어 아덴만 여명작전을 영화화한다면 석해균 선장이 몸에 맞은 총알 중 한발이 해군의 것이라고 밝혀진 것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할 것인가. 김영대 대표는 “대원들이 해적을 소통하고 선원들을 구출했다는 데 의미가 있고 그 자체가 감동이기 때문에 영화에서까지 그런 걸 다룰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동적인 상업영화로 기획한 이상 그른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이미 국방부는 처음 해군의 사격에 대한 의혹이 있었을 때, 그런 주장은 인터넷에 떠돈 것이라며 국방부 명의의 반박 자료를 제시했었다. 상황이 이럴진대 높은 완성도와 깊은 감동이 목표라고 한들 관객이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현재 이 작전의 후일담은 오히려 드라마 <싸인>을 연상시키고 있다) 말하자면 <하늘에 산다>와 <아덴만의 여명> 모두 국민에게 불신을 선사한 정부의 태도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부디 관객의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영화로 제작되기를 바라는 한편, 영화 자체의 상업적 의도가 전해질 수 있을 만큼 의혹없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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