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도 베를루스코니 앞에서 춤추면 배급을 받을까? 이탈리아 TV계를 독점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영화도 독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보였다. 영화 제작·배급사인 ‘메두사’를 소유한 베를루스코니는 지난해 말 의류 기업 베네통과 함께 ‘더 스페이스 시네마’ 멀티플렉스 상영관 출범을 알렸다. 이탈리아 전 지역에서 34개의 멀티플렉스와 347개 상영관을 매입함으로써 베를루스코니는 앞으로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제작, 배급, 상영 시스템 독점이 가져올 파행에 이탈리아 영화계는 무척 곤혹스런 분위기다. 이탈리아 영화계 인사들은 대자본의 독점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견제하기도 힘들고, 상업영화든 창작활동이든 간에 앞으로 독점자본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고 아우성이다. 에토레 스콜라 감독은 “베를루스코니가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동안에는 영화를 안 만들 거다. 영화는 글쓰는 일이나 그림을 그리는 일과 다르다. 그들은 지원하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표현을 자유로이 할 수 있다. 누군가를 거부하기 위해 영화를 하기보다는 안 하는 게 낫다”고 항의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카를로 베르도네 역시 “문화가 병들었다. 영화도 병들었다. 의사가 필요하다. 베를루스코니는 의사가 될 수 없다. 영화는 문화산업이다. 문화산업과 엔터테인먼트를 혼동해서는 안된다. 오늘의 교육은 70%가 영상을 통해 이뤄진다. 잘못된 영상을 통해 문화와 엔터테인먼트를 혼동하는 차세대가 걱정이다”고 말했다.
대체 베를루스코니는 어떻게 총리가 되었을까? 방송사 3개를 운영하고 출판과 신문을 장악하고 있는 그가 가진 돈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난니 모레티 감독은 이미 2006년작 <악어>(Il Caimano)에서 이같은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제73대, 78대 총리를 지내고 2008년부터 다시 총리로 재직 중인 74살의 베를루스코니는 2000년 <포브스>가 선정한 개인 자산 순위에서 120억달러의 재산을 보유해 이탈리아 1위, 세계 14위의 부자에 오른 사업가다. 그는 건설업을 하던 1960년대부터 지역 방송국을 하나씩 사들인 뒤 반독점법을 피할 목적으로 자기 소유의 지역방송국을 묶어 상업 TV방송국 그룹을 만든 다음 이탈리아 최대 상업 TV 방송사, 광고 대행사, 축구팀을 총괄하는 ‘핀인베스트’ 제국을 건설했다. 여기에 속한 방송그룹 ‘메디아세트’ 산하 TV채널들은 이탈리아 전체 시청률의 약 50%를 점유하고 있다. 총리가 통제할 수 있는 국영방송사 RAI까지 합하면 텔레비전 시장의 90%를 점령하고 있는 셈이다. 엉덩이가 보이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출연한 젊고 매력적인 여자들이 남자 상의를 다림질하는 경연을 내보내는 프로그램들은 다 메디아세트 소속 방송국들이 만든다.
최근 이탈리아의 톱 뉴스는 이집트 혁명이 아니라 베를루스코니와 미성년자의 스캔들인 루비게이트다. 마음을 훔친다는 뜻의 ‘루바 쿠오리’로 불리는 모로코 출신 댄서 루비는 미성년자였을 때부터 베를루스코니 자택에 초대받아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가 추는 춤인 ‘붕가붕가’는 여성의 음부를 안무하며 추는 춤이다. 둘의 스캔들이 터지자 이탈리아 검찰은 베를루스코니를 미성년자와의 성매매 혐의로 기소했고, 베를루스코니 자택에 초대받은 다른 여성들과 루비의 전화 녹취록을 증거로 수사 중이다.
베를루스코니는 성추문이 터질 때마다 자신의 방송사를 통해 변명하는 수법을 주로 써왔다. 가슴의 크기가 뇌의 크기와 같다고 생각하는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의 방송에 출연한 댄서들을 정계에 입문시켜주겠다는 미끼를 써왔다. 2009년 베를루스코니는 댄서 파트리치아 다다리오와도 성추문을 일으켜 화제가 됐었다. 베를루스코니는 그녀를 유럽의회 의원 후보로 공천할 것을 약속했지만 다다리오는 “베를루스코니가 주기로 한 돈과 정계입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홧김에 침실 테이프를 공개한 뒤 유럽의회 의원 후보 자격을 박탈당했다.
앤드 카사노바와 실비오 반디넬리라는 이탈리아 포르노 감독들은 베를루스코니의 미성년 성매매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 <붕가붕가 프레지던트>(Bunga Bunga Presidente)를 최근 제작하기도 했다. 막 출시된 이 영화는 베를루스코니의 미성년 성매매 증거 자료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게 언론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