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향수로 가득한 <몽골>
2011-02-16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몽골의 칸의 아들로 태어난 테무진(아사노 다다노부)은 어린 시절 신부 보르테(쿨란 추루운)와 정혼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가 독살당하는 것을 지켜본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테무진은 쫓겨다니다가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자무카(쑨홍레이)와 의형제를 맺는다. 성장을 한 테무진은 정혼녀인 보르테를 찾아가고 보르테는 그와의 결혼을 받아들인다. 그 뒤 보르테는 적에게 납치되고 테무진은 자무카의 도움을 받아 그녀를 구출한다. 가정을 이루고 성장한 테무진은 의형제인 자무카와 일인자 자리를 놓고 일전을 벌이지만 패한다.

보드로프 감독의 <몽골>은 한 시대를 풍미한 승리자의 영웅담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영화에서 테무진은 늘 쫓겨다니거나 감옥에 갇혀 있거나 화살을 맞고 쓰러진다. 그를 영웅으로 이끄는 사람은 오히려 아내인 보르테와 친구인 자무카다. 보르테는 테무진이 자신을 고르기 전에 먼저 테무진을 알아보고 다가가며 고비마다 그를 구출한다. 자무카는 테무진의 성장 가능성을 누구보다 먼저 파악한다. 테무진의 주변 인물들은 어느 정도의 예지력으로 예언을 한다. 테무진은 아내가 그를 구출하러 오기를 기다릴 뿐이거나 자무카에게 아내를 구출해 달라고 말할 뿐이다.

영화는 영웅보다는 한 인간으로서의 테무진을 다룬다. 감독의 의도인 “정복의 역사 뒤에 숨겨진 이야기”라기보다는 “내 속에 있는 아시아의 피와 문화에 대한 존경심이 나를 부른다”라는 감독의 말처럼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향수로 가득하다. 오리엔탈리즘은 사실적인 전투화면 외에 몽환적인 영상과 서사의 진행을 만든다. 이방인으로서 볼 수밖에 없는 시선은 낯설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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