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유니크한 웃음 코드를 찾으십니까? <소울 키친>
2011-02-16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미치고 싶을 때>와 <천국의 가장자리>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터키계 독일 감독 파티 아킨의 신작 <소울 키친>이 개봉한다. 전작의 어둠에서 벗어나 이번엔 장르부터 코미디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절대 가볍지만은 않다. 등장인물이 얽혀 있는데다 감독의 고향인 함부르크의 도시화 과정을 다루기 때문에 구성부터가 묵직하다. 하지만 복잡한 인물 구도의 중심을 ‘소울 키친’이라는 대중식당이 잘 잡아주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특정 공간에 관한 이야기로 읽으면 된다.

아킨의 어린 시절 친구이면서, 실제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애덤 보스도코스가 공동 각본과 함께 주인공 지노스 역까지 맡았다. 여타 작품에서처럼 지노스는 감독의 분신 격 인물인데, 이민 2세의 정체성 혼란이 그를 통해 드러난다. 애인 나딘이 상하이로 떠나면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이후 지노스는 허리를 다치는데, 그 탓에 도무지 도움이 되지 않는 인물 군상이 그의 주변에 모여든다. 고집불통의 천재 셰프, 음침한 구석이 있는 친형, 레스토랑의 토지를 노리는 세미 마피아 격 부동산업자가 바로 그들이다. 영화는 적자에 허덕이던 식당이 성공가도를 달리는 과정과 그 뒤의 고난, 그리고 공허했던 공간이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가득 차는 순간을 가볍지만 절대 허술하지 않은 터치로 그려낸다. 전반적 분위기는 우디 앨런식의 코미디물에 가깝지만, 영화가 드러내는 사회상은 좀더 차갑다. ‘노동자들에겐 돌이 비처럼 쏟아진다’는 켄 로치의 어느 영화 제목이 떠오르는 이유다. 무엇보다 캐릭터의 구성이 좋다. 유니크한 웃음 코드를 찾는 이들에게 제격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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