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아이들이 주인공인 판타지 모험극 <서유기 리턴즈>
2011-02-16
글 : 강병진

김병만이 출연한다고 해서 달인개그를 기대하지는 말자. 코미디언의 이름을 지울 때, <서유기 리턴즈>의 한국적 원류는 이건주 주연의 <은하에서 온 별똥왕자>나 <매직키드 마수리> 같은 어린이 드라마에 가깝다. 코미디언들이 TV에서 구축한 캐릭터로 등장했던 기존의 어린이영화와 달리 <서유기 리턴즈>는 사실상 아이들이 주인공인 판타지 모험극이기 때문이다. 2000년 전, 손오공(김병만)과 삼장법사(민아령), 저팔계(류담), 사오정(한민관)은 세상을 지배한 악의 무리를 처단해 봉인한다. 하지만 2000년 뒤, 봉인이 풀리고 세상은 다시 악의 기운으로 넘쳐난다. 심지어 이들은 악의 행성을 깨워 지구와 충돌시키려 한다. 전세계의 안위를 책임져야 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과학자는 사총사를 부활시키려 한다. 유물에서 추출된 그들의 DNA를 주입받아 지구의 평화를 지키게 될 이는 4명의 초등학생이다.

<서유기 리턴즈>의 상상력은 패러디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다. <서유기>의 캐릭터를 기본으로 <쥬라기 공원>의 과학, <아마겟돈>의 위기, 그리고 <빅>의 로맨틱 판타지 등이 한데 녹아 있고, 배우들은 만화 <날아라 슈퍼보드>의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다만 외계와 싸울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미국이 아닌 한국이라거나, 교회 성가대원인 아이가 삼장법사로 선택되는 등 몇몇 흥미로운 개그가 담겨 있다. 현재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온갖 재난과 테러들이 악의 무리에 의해 벌어졌다는 점도 꽤 교육적이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허술한 스토리와 인적이 드문 공원과 숲에서 벌어지는 결투장면의 빈약함 등을 볼 때, 주의가 산만한 어린이 관객의 시선까지 붙잡아둘 수 있는 영화는 아닌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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