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종교에 대한 진중한 질문을 던지는 <루르드>
2011-02-16
글 : 주성철

피레네 산맥 북쪽에 자리잡은 프랑스의 소도시 루르드는 해마다 6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가톨릭 성지다. 14살 소녀였던 베르나데트가 18번이나 성모발현(성모 마리아가 한명 또는 그 이상의 사람들에게 초자연적으로 나타난다고 여겨지는 기적 현상)을 경험한 곳으로 유명하여, 역사와 문화의 체험장 이상으로 기적과 구원을 바라는 이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리하여 종종 신체치유 기적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데 그것은 정해진 과정을 거쳐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

<루르드>의 크리스틴(실비 테스튀)은 전신마비로 휠체어에 묶여 항상 다른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어머니와 함께 이곳을 찾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자신을 돌봐주는 자원봉사자 마리아(레아 세이두)를 보며 부러워하던 그녀에게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난다. 미약한 힘이지만 스스로 일어서게 된 것이다. 함께 성지순례를 온 사람들은 축하인사를 건네지만 의심과 질투의 시선도 있다. 그녀는 진정으로 기적을 경험한 것일까.

루르드를 찾는 수많은 인파는 물론 성체강복식과 고해성사의 과정, 그리고 성수(聖水)라 불리는 샘물의 모습 등 영화는 성지순례를 대리 체험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영화 속 인물과 똑같이 그 기적을 온몸으로 겪으며 마술과도 같은 순간을 안겨준다. 정상인인 자원봉사자를 부러워하고 남자들을 흘깃 쳐다보는 크리스틴의 야윈 몸에 욕망이 새겨질 때 수수께끼와도 같은 강렬함이 뇌리를 스친다. 정작 스크린에서 아무런 사건도 그 어떤 충돌도 일어나지 않지만 가슴을 뜨겁게 충동질한다. 그 불안한 직립보행만으로도 우아하고 숭고한 느낌으로 가득하다.

<사랑스런 리타>(2000)와 <호텔>(2004) 등으로 주목받은 예시카 하우스너는 정갈한 미장센과 절제된 화법으로 특유의 인상적인 침묵과 여백을 보여준 감독이다. 그래서 ‘신’과 ‘기적’에 대해 얘기하는 <루르드>는 더없이 그에 어울리는 작품으로 여겨진다. 하나님의 공평함에 대한 질문, 과연 그 기적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기다림 등 영화는 종교에 대한 진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왜 그녀에게만 기적이 일어났을까, 묻는 사람에게 “늘 해명을 찾는 우리에게 그분의 뜻은 불가사의”라는 신부의 모호한 대답은 결국 진리이다.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그 거대한 ‘뜻’에 선택받은 주인공으로 <두려움과 떨림>(2003)의 실비 테스튀를 캐스팅한 것은 너무나 적절하다. 기적의 모호함으로 가득한 라스트신의 음악과 그녀의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은 단연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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