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독립영화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나.” 원승환 전 인디스페이스 소장은 2월15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홈페이지에 뜬 공고를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일할 계약직 직원을 공개 모집한다”는 내용의 공고였는데, 사업내용에 대한 설명은 쑥 빠진 채 채용인원과 전형일정만 간략하게 기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영진위가 해당 사업에 대해 어떤 플랜을 갖고 있는지, 왜 직영으로 전환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면서 “배급프로그래머(독립영화전용관)와 교육기획프로그래머(영상미디어센터)의 경우, 직무수행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는데 영진위가 최소한의 사업 방향에 대한 계획을 일러줘야 지원자들이 아이디어를 제출할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지연 사무국장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1월 해당 사업을 직영하겠다는 영진위의 입장을 묻는 공문을 보냈고, 공청회 개최를 요구했다. 하지만 뒤늦게 돌아온 답변은 간담회 개최였다. 영진위쪽에서 공청회를 열기 전에 사전 모임 형식의 간담회 자리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해서 2월21일에 만남을 갖고 공청회 개최에 대해 다시 요구하기로 했는데 그 뒤에 채용공고를 확인했다. 그동안 영진위는 해당 사업에 대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런 식이 최선인지 되묻고 싶다.” 참고로 계약직 직원 접수 시작은 2월15일이며, 모집 마감은 간담회가 열리는 2월21일이다. 지난해 독립영화전용관, 영상미디어센터 공모에 응했다가 비상식적인 심사를 통해 ‘물먹은’ 독립영화인들로선 ‘열받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독립영화전용관 및 영상미디어센터 사업 직영에 대한 영진위쪽의 설명은 누가 봐도 미진하기 짝이 없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최소 두달 이상”의 사업 공백은 불가피해 보인다. 인디스페이스의 경우, 1월31일이 계약 종료일인데도 2월15일이 돼서야 공고를 띄웠다. 이에 대해 영진위 관계자는 “장관 임명이 늦어졌고, 2월 초에야 기금 또한 확정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지난해 11월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지시 사항이라는 점을 빼고 나면, 영진위가 직접 나서서 운영해야 할 뚜렷한 이유 또한 보이지 않는다. 영진위 관계자는 “직영 결정은 지난 1년(동안 운영주체였던 시민영상문화기구,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의)에 대한 평가와는 무관하다”면서 “위탁 사업의 경우 불안정하며 매년 공모를 해야 하므로 사업 연속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매년 공모를 할 경우 사업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영진위의 주장은 지난해 영진위가 공모를 밀어붙였을 때 받았던 수많은 비판 중 하나였다. 그때 영진위는 뭐라고 답했는가. “공모가 최선”이라고 했고, 조희문 전 위원장은 “선정된 곳이 문제가 있으면 1년 뒤에 바꾸면 된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평가가 뒤따르지 않으면 계획 수립도 불가능하다. 지난해 공모제를 추진하면서 영진위는 인디스페이스, 미디액트 등에 대한 어떤 평가도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독립영화인들이 영진위가 느닷없이 공모제를 꺼내들었을 때 강하게 반발한 이유다. 아니, 도대체 왜, 라고 말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영진위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듯 보인다. 시네마루, 광화문 영상미디어센터에 대한 평가를 왜 미루는가. 이에 대한 평가는 언제, 누가 할 것인가. 평가 작업이 전제되지 않으면 영진위의 독립영화전용관, 영상미디어센터 직영에 대한 설득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청회를 굳이 간담회로 열자 하고, 간담회를 갖자면서 뒤에서 사업은 제맘대로 진행한다면, 현장과의 대화란 요식행위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