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박형익] 40만원으로 그리고 지우고 찍고
2011-02-21
글 : 신두영
<촌철살인>의 단편 중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라인>의 박형익 감독

그리고 지우고, 그리고 지우고. 얼마나 많은 그림을 그렸다 지웠을까. <라인>은 직접 그림을 그린 뒤 촬영해서 완성한 드로잉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일종의 캔버스가 된 학교 옥상의 한쪽 벽은 <라인>을 촬영하는 4개월 동안 그야말로 페인트 범벅이 되었을 테다. <라인>은 지난해 KT&G가 주최한 대단한영화제에서 관객의 반응이 좋았던 단편 4편을 모아 상영하는 <촌철살인> 가운데 한 작품으로 선정되어 관객을 만난다.

강원대학교 영상문화학과 학생인 박형익 감독은 공동연출을 한 친구 윤홍란 감독과 함께 “연출이고 자시고가 없이 둘이서 여름방학 4개월 동안 그리고 지우고 찍었다”고 말한다. “제작비로 40만원이 들었는데, 20만원을 음악 작업에 쓰고, 15만원을 페인트 사는 데 쓰고, 나머지 5만원은 라면을 사먹었다.” 그야말로 생고생을 했지만 <라인>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지점은 따로 있다. 평면적인 애니메이션이 순간 극영화처럼 전환되며 오브제를 활용한 입체로 변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던 벽면 속의 인물이 종이를 구기면 실제 종이가 벽에서 흘러나오고, 옆집 아줌마의 펀치를 맞은 인물이 벽을 벗어나 옥상 바닥으로 튕겨나가기도 한다. 감독의 참신한 발상은 기존 애니메이션에 대한 고정관념을 파괴한다.

박형익 감독이 진짜 하고 싶은 애니메이션은 인형을 이용한 퍼펫애니메이션이다. 그는 프랑스 출신 부조리극작가 장 주네의 연극 <하녀들>을 각색한 뒤 단순한 인형의 움직임이 아닌 색다른 기법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걸 구상하고 있단다. <라인>을 보는 관객이 “2D, 3D애니메이션 말고 오브제를 활용한 애니메이션도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는 감독의 말처럼 앞으로 만나게 될 색다른 애니메이션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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