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페셔널]
[프로페셔널] 좋은 음악은 영화의 맥을 짚는 것
2011-03-01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만추> <카페 느와르>의 이지연 음악감독·프로듀서

음악프로듀서? 음악감독은 익히 들어봤지만 음악프로듀서는 다소 생소할 것이다. 어렵게 생각할 거 없다. 프로듀서가 영화제작의 살림꾼이라면 음악프로듀서는 영화음악의 제작과정을 진행하는 사람이다. 촬영이 끝난 뒤에 영화음악 작업을 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음악프로듀서가 시나리오 단계부터 작업에 관여한다. 뮤직엔필름컴퍼니의 이지연 음악감독·프로듀서는 2008년 <신기전>을 시작으로 최근의 <평양성> <만추> 등에서 음악프로듀서를, <카페 느와르>와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에서 음악감독을 맡았다.

-음악프로듀서가 하는 일이 궁금하다.
=쉽게 말해 음악감독과 함께 영화음악 작업을 진행한다. 시나리오를 받으면 감독, 음악감독과 함께 음악의 컨셉을 정하고, 사전작업(데모)을 시작한다. 영상이 나오면 곡 작업 혹은 선곡을 한다. 어떤 영화는 음악감독 혼자서 작업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영화는 팀으로 구성해 공동 작업을 하기도 한다.

-포스트 프로덕션에서 영화음악 작업에 주어지는 시간은 얼마인가.
=영화의 규모, 스타일에 따라 다르다. 짧을 경우 두달 정도 걸리고, 시나리오 단계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3~4개월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시간적인 여유가 다소 부족하다. 만날 밤새운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웃음)

-원래 전공은 뭔가.
=순수음악을 전공했다. 대학 때 밴드동아리를 시작해 약 10년 동안 여러 장르의 밴드에서 활동했다. 이 밖에도 연극이나 뮤지컬에서 세션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영화음악은 어떻게 시작했나.
=2004년이었다. 친한 음악감독 몇명이 조성우 음악감독이 대표로 있던 M&F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밴드를 하던 중 한창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던 때였는데, 워낙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적성도 잘 맞아서 M&F에 조수로 들어갔다.

-M&F는 음악감독을 양성하는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어떤 계기로 음악프로듀서가 됐나.
=훌륭한 음악감독이 나오기 위해서는 경험이 많은 작곡자, 편곡자, 연주자들이 옆에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을 음악감독으로 가기 위해 거치는 단계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인식이 늘 아쉬웠고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음악프로듀서가 되면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체계적으로 바꾸고 싶었다. 또, 음악감독은 할 수 있는 작품과 작곡이 지극히 제한적이다. 반면 음악프로듀서는 자신의 스타일과 다른 작품도 다양하게 작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점에서 음악감독과 음악프로듀서의 관계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부부라고도 할 수 있겠다. 진행이 삐걱거리면 서로 잔소리하고, 잘했을 땐 서로 잘했다고 격려해주고. 작업하다보면 감정 상하는 일도 생기는데 기분 나쁜 건 그때뿐이다.

-최근 음악프로듀서로 작업한 <만추>는 어떤 컨셉과 방식으로 진행했나.
=김태용 감독님과 조성우 음악감독님의 공통적인 의견은 ‘음악이 너무 과하거나 감정을 강요하지 말자’였다. ‘기존의 멜로영화와 달리 동양적인 느낌을 더 강조할 것’도 조성우 음악감독님의 생각이었다. 극중 ‘훈’(현빈)과 ‘애나’(탕웨이)가 함께 만날 때 나오는 통기타 음악인 <훈의 테마>(가제)가 대표적인 스코어다.

-음악프로듀서로서 작업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뭔가.
=모든 파트가 그렇듯이 시나리오를 잘 이해하고 감독의 의도를 잘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 속해 있는 뮤직엔필름컴퍼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인원이 필요할 때 인턴공고를 내서 작곡가를 뽑는 경우가 있긴 한데, 흔치 않다. 보통 지인에게 실력있는 후배들을 소개받는다. 프로젝트를 함께하다가 마음이 맞는 친구들은 계속 작업하기도 하고.

-최근 본 영화 중 영화음악이 훌륭했던 작품을 꼽는다면.
=<소셜 네트워크>의 경우 음악보다 사운드가 전체적으로 균형을 잘 이뤘던 것 같다. <아바타>는 좀 충격적이었다. 그간 영상이 입체화되고 있지만 5.1채널 사운드가 어색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아바타>는 3D 영상에 맞게 사운드가 잘 따라가고 있더라. 최근에 본 영화는 아니지만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카페 뤼미에르>(2003)를 좋아한다. 역시 단순히 음악이 좋다기보다 어떤 순간마다 이야기의 맥을 짚어주는 사운드가 훌륭한 것 같다.

-개인적인 목표는 뭔가.
=생활신조가 ‘오늘 잘 살고 내일 잘 살자’다. 지금까지 너무 서양음악만 공부해온 터라 지난해 말부터 국악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작업 때문에 시간이 안 맞아서 두번 정도밖에 레슨을 받지 못했다. 오랫동안 배우려고 시작한 건데 올해는 꾸준히 공부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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