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 배우 부문은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대로 흘러갔다. 이중 특히 남우주연상 부문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드림팀’에 가까웠으나, 이미 골든글로브와 영국영화아카데미 등을 비롯한 12개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던 <킹스 스피치>의 콜린 퍼스가 오스카를 거머쥐는 건 납득 가능한 결론이었다. 여우주연상 부문의 내털리 포트먼 역시 <에브리바디 올라잇>의 아네트 베닝의 견제를 물리치고 올해의 승자가 되었다. 그녀는 만삭의 몸으로 무대에 올라와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은 사람들 모두를 일일이 열거하며 감격에 찬 기나긴 소감을 털어놓았으며, <블랙 스완>을 통해 만나게 된 약혼자 벤자민 밀피예에게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며 사랑을 고백했다. 데이비드 O. 러셀의 <파이터>는 남녀조연상 부문을 싹쓸이하며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들의 놀라운 앙상블이 영화의 핵심임을 입증했다. 멜리사 레오는 감격에 찬 수상 소감 도중 “fucking”이라는 단어를 ‘감히’ 사용하여 참석자들을 포복절도케 했고, 뒤이어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크리스천 베일은 “난 멜리사가 썼던 단어는 여기서 안 쓰겠다. 예전에 너무 많이 썼으니까”라고 재치있게 받아쳤다.
하비 웨인스타인
1997년 <잉글리쉬 페이션트> 이후 하비 웨인스타인은 영국풍의 시대서사극이 아카데미 수상 기회를 높일 수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한때 <펄프 픽션> <트레인스포팅> 등을 제작했던 그의 비즈니스 감각은 방향을 완전히 틀었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침몰시킨 1999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서 절정을 이뤘다. 한때 웨인스타인이 만든 영화는 아카데미에서 무려 249개의 노미네이션과 86개 부문의 수상을 거머쥐었다. 최근 미라맥스를 디즈니에 판 이후 하비 웨인스타인은 힘겨운 몇년을 보냈지만 이번에 완벽한 컴백을 확인했다. 미셸 윌리엄스 주연의 <블루 발렌타인>과 <파이터>를 비롯해 <킹스 스피치>가 그의 야심작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건 영화 비즈니스가 아니라 영화 제작이다.”
톰 후퍼
“어머니가 <킹스 스피치> 연극을 보고 와서 내게 전화를 걸었다. ‘네 다음 영화를 내가 찾아낸 것 같구나.’ 교훈인즉 어머니 말씀을 잘 듣자는 것이다.” 말더듬는 왕이 아카데미를 정복했다. 톰 후퍼의 <킹스 스피치>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핵심 부문을 모두 챙겼다. 최근 몇년 사이의 결과를 생각해보라. <허트 로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디파티드> <크래쉬> <브로크백 마운틴> 등이 작품상과 감독상을 차지해왔다. “역시 아카데미!”라는 비아냥을 면치 못했던 90년대까지의 결과와는 확연히 다른 선택이었다. 그런 점에서 올해 <소셜 네트워크>를 꺾은 <킹스 스피치>의 승리는 최대 이변에 가까웠다. 동시대의 시대정신과 점잖은 시대극 사이에서 아카데미는 후자의 손을 확실하게 들어주었다.
제임스 프랑코 & 앤 해서웨이
아카데미 역사상 가장 젊은 진행자라는 기록을 세운 두 청춘 스타는 무대 위에서 열심히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전국 TV시청률 기록을 보면 올해 시상식 시청률은 지난해보다도 7% 하락했다. 아름답게 차려입은 앤 해서웨이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려는 열정을 보였지만 제임스 프랑코는 뻣뻣하게 카메라를 쳐다보며 유머 감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얼굴로 일관했다.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제임스 프랑코에게 “갑자기 헤드라이트 불빛 속에 뛰어든 놀란 사슴 같은 태도로 로봇처럼 줄줄 대사를 읽기만 했다”고 혹평을 퍼부으며, “예전 진행자 빌리 크리스털이 무대에 등장했을 때 시상식장은 2시간 만에 처음으로 웃음으로 뒤덮였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본 중 최악으로 지루한 시상식이었다.”
2011년 아카데미 수상자
작품상 <킹스 스피치>
장편애니메이션상 리 언크리치 <토이 스토리3>
감독상 톰 후퍼 <킹스 스피치>
남우주연상 콜린 퍼스 <킹스 스피치>
여우주연상 내털리 포트먼 <블랙 스완>
남우조연상 크리스천 베일 <파이터>
여우조연상 멜리사 레오 <파이터>
각본상 데이비드 사이들러 <킹스 스피치>
각색상 아론 소킨 <소셜 네트워크>
촬영상 월리 피스터 <인셉션>
편집상 앵거스 월, 커크 박스터 <소셜 네트워크>
미술상 로버트 스트롬버그, 캐런 오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의상상 콜린 앳우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사운드 편집상 리처드 킹 <인셉션>
사운드 믹싱상 로라 허쉬버그, 게리 A. 리조, 에드 노빅 <인셉션>
시각효과상 폴 프랭클린, 크리스 코벌드, 앤드루 로클리, 피터 벱 <인셉션>
외국어영화상 <인 어 베터 월드>
분장상 릭 베이커, 데이브 엘시 <울프맨>
음악상(오리지널 스코어) 트렌트 레즈너, 애티커스 로스 <소셜 네트워크>
음악상(오리지널 송) 랜디 뉴먼 <토이 스토리3>
장편 다큐멘터리상 <인사이드 잡>
단편상 <갓 오브 러브>
단편애니메이션상 <로스트 싱>
단편다큐멘터리상 <스트레인저스 노 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