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삼각관계지만 치정극은 아니야 <꼭 껴안고 눈물 핑>
2011-03-09
글 : 이영진

연극배우인 찬영(이켠)은 공연이 끝나면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다닌다. 아내 미선(신동미)이 직장에서 해고된 터라 생계는 이제 그의 몫이다. “돈 좀 벌어오라”는 아내의 툴툴거림을 이해하지만 무대만을 바라보고 살아왔으니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다. 그런데 사랑이라니. 하루 살아내기도 빠듯한 찬영에게 ‘뚝’ 하고 떨어진 건 ‘돈’이 아니라 ‘사랑’이다. “나 결심했어, 너 잠깐 빌려쓰기로!” 동료배우인 단비(고준희)의 당돌한 고백이 느닷없고, 또한 그 사랑은 정해진 유효기간이 있음을 알지만 찬영은 엎친 데 덮친 격인 단비와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삼각관계로 인물들을 뒤얽혔으나, <꼭 껴안고 눈물 핑>이 치정을 다루는 건 아니다. 세 사람 모두 상대를 몰아세워서까지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 들지 않는다. 그들은 사랑의 대상을 잃어도 사랑의 감정만큼은 간직하고 싶어 한다. “널 만나기가 무서워. 널 만날수록 니가 좋아”라고 찬영이 단비에게 말할 때, “조금만 갖고 놀다 버리려고 했다”는 단비가 이별을 털어놓으면서 찬영에게 입맞춤을 요구할 때, 남편의 불륜을 짐짓 알면서도 미선이 찬영과의 첫 만남을 떠올릴 때,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건 사랑의 두근거림이고, 설렘이다. <꼭 껴안고 눈물 핑>은 연극 <그 자식 사랑했네>의 장면들을 극중극 형태로 끼워넣었다. 무대 위에서 대사를 주고받던 찬영과 단비는 이미 깨닫고 있다. 몇번이고 리허설을 해도 사랑을 온전하게 무대에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럼에도 그들은 사랑의 무대 위에서 언제나 가슴 떨린다. <해적, 디스코왕 되다>(2002)로 데뷔한 김동원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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