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 첫 공개
2011-03-08
글 : 주성철

일시 3월 7일(월) 오후 2시
장소 롯데시네마 애비뉴엘

이 영화
필용(박중훈)은 3년 전 아내 효경(예지원)이 뇌경색으로 쓰러지자 아들을 큰 집에 맡겨놓고 거동이 불편한 아내의 수발을 들며 살고 있다. 그러다 새로 부임한 상사가 한지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걸 알고 마지막 기회란 생각에 시청 한지과로 전과한다. 한편, 전국을 돌며 한지에 관한 다큐를 찍고 있는 다큐멘터리 감독 지원(강수연)은 우연히 필용과 부딪히며 티격댄다. 그러다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조선왕조실록’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전주사고 보관본을 전통 한지로 복원하는 필용의 계획을 알게 되고 여기에 동참한다. 하지만 필용은 일을 시작했을 때의 마음은 온데 없이 집념인지 집착인지 이 일에 매달리고 지원과의 사이에는 미묘한 기류까지 흘러 아내 효경이 남편의 변화를 눈치챈다. 게다가 한지 복본화 사업이 무산위기까지 놓이게 되자 필용은 더욱 바빠진다.

100자평

영화 속에서 화선지와 한지의 차이를 설명하는 부분은 바로 임권택 감독의 야심이 드러난 부분이다. 필력 없는 사람도 필력이 있어 보이도록 만들어주는 화선지와 달리 섬세하고 고집스런 장인의 길을 걸어온 그는 바로 한지 같은 감독이다. ‘천년 가는 종이’라는 말은 바꿔 말해 ‘천년 가는 영화’를 만들어온 그의 길일 것이다.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영화라는 표현과 더없이 멋지게 조응하는 영화다. 달빛을 머금은 라스트신의 폭포는 더없이 아름답다.
- 주성철 <씨네21> 기자

<달빛 길어올리기>는 한지가 지금의 세상과 만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한지의 가치를 알리는 극 중의 다큐멘터리가 한지를 복원하려는 사람들의 사연과 만나고, 여기에 한지의 역사성을 찾아가는 과정의 이야기가 더해진다. 이 과정에서 영화가 드러내는 질문은 과연 이 시대에 1000년을 숨쉬는 한지를 만드는 일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한지 복원 사업에 뛰어든 사람들은 완전한 한지를 만드는 것보다 손에 떨어질 이익을 먼저 계산하고, 사업의 지원여부를 검토하는 정부의 관계자 또한 가치의 명분보다는 실효성을 따진다. 임권택 감독에게 이 질문은 1000년을 사는 영화를 만드는 게 가능한가, 혹은 그런 예술이 가능한가와 같은 듯 보인다. 임권택 감독이 <축제> 이후 15년 만에 만든 현대극인 <달빛 길어올리기>는 그처럼 예술을 위한 자리가 없는 지금의 시대를 투영시킨 영화다. 임권택 감독의 눈에 비친 세상의 풍경일 것이다.
- 강병진 <씨네21> 기자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는 일종의 다큐-극영화다. 조선왕조실록 복본화 사업을 둘러싼 등장인물의 이야기와 한지 제조과정에 대한 팩트성 정보들이 한지마냥 질기고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다. 영화 곳곳에 삽입한 TV 다큐멘터리와 다큐멘터리 영상처럼 비춰지는 전주의 한지 공예품들, 주연배우들의 정보성 대사들이 임권택 감독의 극영화에 익숙했던 관객들에겐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들이 집안에서 벌이는 짧은 로맨스 뒤로 한지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는 장면처럼, 다큐멘터리와 극적인 요소가 맞부딪히는 데에서 오는 정서의 활력이 있다. 한지 장인으로 출연하는 김동호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민병록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영화인 출신 비전문배우들도 이 활력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 한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깊은 산골짜기에서 달빛의 정기를 모아 ’천년 한지’를 만드는 마지막 장면에선 한국의 아름다움을 특유의 빼어난 영상으로 그려온 거장의 인장이 진하게 느껴진다. - 장영엽 <씨네21> 기자

<달빛 길어올리기>는 깨끗한 물과 공기, 그리고 만드는 사람의 정성을 담은 한 장의 한지를 보는 느낌이다. 영화 어디에도 거창한 눈요깃거리나 부담스러운 감정의 강요는 없다. 그저 전통의 한지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남자(박중훈)와 그와 함께 실행에 옮기는 장인들의 정성을 한 숏, 한 숏 정직하게 담아낼 뿐이다. 박중훈, 강수연, 예지원 등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 역시 바라보기가 참 편하다. 특히 김훈광의 촬영과 신경만의 조명은 단순히 이야기의 전개를 넘어 계절과 자연 그리고 전주의 정취를 힘껏 길어 올리는 것 같다.
- 김성훈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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