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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영] 자연과 함께 숨쉬는 3D영화 꿈꾼다
2011-03-23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탄자니아 국립공원 3년간 3D 독점 촬영 성사한 리코필름 이춘영 대표

성수역 근처에 위치한 3D 영상 제작사, 리코필름. 문을 열자마자 거대한 카메라 장비가 한눈에 들어온다. 미국 3ality사의 ‘TS-2 rig’라는 3D 촬영 관련 장비인데 흔히 ‘리그’라 불린다. 이 장비는 카메라 두대를 좌우에 장착해 3D 촬영을 가능하게 한다. 카메라 장착만 가능했던 기존의 리그와 달리 TS-2 rig는 두대의 카메라를 각도별로 자동으로 움직일 수 있고, 각도에 따라 영상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모니터로 즉각 확인 가능하다. “3D로 만드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잘 만들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리코필름 이춘영 대표의 말은 탄자니아 정부와 함께하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하는 듯했다. 3월8일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탄자니아 정부와 리코필름은 세계적인 관광지인 세렝게티 공원을 비롯한 15개의 탄자니아 국립공원에 대한 3D 독점 촬영 계약을 맺었다. 류승완 감독의 <아라한 장풍대작전>,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등을 제작한 뒤 “평소 3D에 관심이 많아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공연 등 각종 3D 영상을 제작하고 있는” 이춘영 대표에게 탄자니아 프로젝트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탄자니아 국립공원 3D 촬영’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됐나.
=성사되기까지 약 1년이 걸렸다. 지난해 이맘때 지인의 소개로 이종렬 감독이 우리 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탄자니아에서 13년 동안 살면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온 사람이다. 그때 우리가 작업한 3D 영상을 그에게 보여주면서 ‘앞으로 3D가 영화산업의 중요한 흐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3D의 매력에 반한 이종렬 감독이 탄자니아 정부를 찾아가 ‘세렝게티를 비롯한 15개의 탄자니아 국립공원 풍경을 3D 다큐멘터리에 담아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면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탄자니아를 포함한 아프리카 대륙은 <BBC> <NHK>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세계 유수의 자연다큐멘터리 제작사의 안방 아니던가.
=당시 탄자니아 정부는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이종렬 감독을 통해 3D 노트북을 보내 우리가 만든 입체영상을 탄자니아 정부 관계자들에게 보여줬다. 반응은 전부 ‘원더풀’이었다. 이번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이종렬 감독 덕분에 잘 진행될 수 있었다.

-탄자니아 정부와 맺은 계약 내용이 궁금하다.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가 3년 동안 세렝게티를 비롯해 탄자니아의 15개 국립공원에 들어가서 독점 촬영하고, 촬영한 소스를 탄자니아 정부에 제공하는 것이다. 저작권과 해외 판매권은 우리가 가진다. 또 하나는 세렝게티 안에 있는 극장을 150석 규모의 3D 상영이 가능한 환경으로 바꾸고, 세렝게티 공원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 국립공원 본부 안에 극장 하나를 새로 짓는 것이다. 사파리 외에 여갓거리가 없는 그곳에 극장은 또 하나의 수익창출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걸 우리가 해주기로 했다.

-1년에 몇 백억원씩 지불하고 촬영하는 <BBC>와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뭔가.
=‘아카이브 구축’이다. 현재 아프리카 검은 코뿔소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사자도 갈수록 수가 줄어들고 있다. 또 킬리만자로의 눈이 조금씩 녹고 있는 등 자연이 점점 그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경치를 카메라에 담는 것도 필요하지만 옛 풍경을 담은 자료를 보관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번 미팅이 좋았던 건 탄자니아 정부 관계자들을 데리고 한국영상자료원에 간 거다. 그들은 체계적으로 구축된 영상자료원의 자료를 보고 ‘아카이빙’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걸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다. <BBC>는 그냥 촬영만 하고 간다. 탄자니아 정부가 촬영 소스를 요청하면 <BBC>는 소스의 사본을 제공할 뿐이다. 그게 우리와 <BBC>의 차이다.

-다큐멘터리는 어떤 내용인가.
=사자가 주인공이다. 보통 사자를 용맹한 동물로만 알고 있다. 얼마 되지 않는 정상의 자리에서 사자는 어떤 삶을 살아가는가가 이번 작품의 기본 줄거리다. <동물의 왕국>처럼 스토리가 있는 다큐멘터리라 생각하면 될 듯하다.

-아무래도 3D 촬영이 관건이다.
=자연 풍경,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동물은 3D 카메라로 찍을 거다. 빨리 달리는 동물은 망원렌즈를 장착해 2D로 찍은 뒤 3D로 컨버팅할 계획이다. 내용과 상황에 맞는 형식으로 촬영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 육상, 축구 경기 등을 비롯해 빅뱅 쇼, 비스트 콘서트 공연, 삼성전자의 의뢰를 받아 만든 3D 영상 등 다수의 3D 영상을 제작하면서 얻은 깨달음이다.

-앞으로 진행은 어떻게 이뤄지나.
=연출을 맡은 이종렬 감독이 빨리 3D를 익히는 게 중요하다. 3D는 보고 듣고 배우는 것보다 일단 이것저것 찍으면서 익히는 게 효과적이다. 곧 우리 촬영팀이 탄자니아로 건너가 테스트할 계획이다. 또, 4월에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방송기자재박람회(NAB)에 참가해 어떤 카메라 장비들이 나오는지도 볼 거다. 어쨌건 올해 목표는 하루빨리 이 프로젝트를 수면 위로 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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