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전 테러리스트가 아니에요." <내 이름은 칸>
2011-03-23
글 : 주성철

칸(샤룩 칸)은 발달장애를 겪는 남자다. 바보라고 놀림받지만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해온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칸은 동생이 있는 미국으로 간다. 그러다 아들 샘과 단둘이 살아가고 있는 싱글맘 만디라(카졸)와 사랑에 빠져 가정까지 꾸린다. 하지만 9·11 테러 이후 큰 시련을 겪게 된다. 모슬렘이라는 이유로 칸의 가족은 갖은 오해를 사게 되고 결국 샘이 교내에서 비극적인 사고에 휘말리게 된 것. 칸은 미국 대통령을 만나 자신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먼 여행을 떠난다.

드디어 샤룩 칸을 만나게 됐다. 그의 오랜 팬이라면 그가 “대통령을 만나야 돼요. 전 테러리스트가 아니에요”라고 말할 때 갸웃거리는 경찰을 이해 못할 것이다. 아니 발리우드의 황제 샤룩 칸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지 웬 의심이 그리 많냐고 말이다. 그가 이전처럼 화려한 군무를 선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 카리스마만큼은 여전하다.

“지금껏 세계는 기원전과 기원후로 나뉘었다면, 이제 9·11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는 얘기는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어머니로부터 ‘종교나 인종으로 사람을 차별해선 안되고 세상에는 단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만 있다’는 얘기를 들어온 칸으로서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오히려 가장 편협하고 불편하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 칸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단순하고 명쾌하게 정면 돌파하는 방법을 택한다. 영화를 두고 ‘인도판 <포레스트 검프>’라고 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샤룩 칸이 주인공이어서 그럴까, 아니면 인도인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봐서일까, 뻔하지만 동의할 수밖에 없는 휴먼드라마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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