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파리] 3시간만에 영화 기획, 촬영, DVD 제작까지
2011-03-30
글 : 최현정 (파리 통신원)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열린 미셸 공드리 특별전, 관람객 참여하는 프로그램 인기

파리통신원이 참여한 ‘아마추어 영화가들의 영화공장’ 단계별 모습.
1. 사전 제작 단계
2. 본 촬영 장면
3. DVD 재킷 공동 제작
4. 미셸 공드리가 만든 스튜디오 중 하나

지난 2월16일부터 3월13일까지 파리의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에서는 프랑스 출신 감독 미셸 공드리의 특별전이 진행되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공드리의 장편 8편, 단편 11편, 70여편 의 광고와 뮤직비디오를 상영함과 동시에 공드리의 추천작들을 직접 소개하는 공드리표 시네클럽도 함께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5편의 영화를 소개했다. 그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접한 영화인 알베르 라모리스 감독의 60년작 <풍선여행>(Voyage en Ballon)과 <수면의 과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을 법한 필립 드 브로카 감독, 장 폴 벨몽도 주연의 1973작 <아름다움>(Le Magnifique)처럼 몽롱한(?) 작품들도 있지만 켄 로치의 <케스> 같은 사회참여적인 작품들도 있어서 폭넓은 공드리의 취향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번 특별전에서 팬들과 언론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얻었던 부분은 ‘아마추어 영화가들의 영화공장’이다. 공드리의 아이디어로 지은 여러 영화 세트에서 관객이 <비카인드 리와인드>의 ‘잭 블랙과 모스 데프 스타일’(이라고 쓰고 ‘쌈마이’라고 감히 읽는다) 영화를 3시간 내에 직접 제작하는 것이다. 10여명의 관람객은 팀을 이뤄(인터넷으로 사전예약을 받지만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다), 45분간 아이디어를 모으고(장르, 제목, 줄거리 회의), 45분간 사전제작 준비를 한 뒤(아이디어를 몇개의 신으로 제한하고 촬영 콘티 완성), 1시간 동안 촬영을 한다음 즉석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DVD를 제작하며 알찬 3시간을 보내게 된다. 자동차, 기차, 복도, 비디오 클럽, 사무실, 경찰서 등 웬만한 장편영화를 촬영할 수 있는 스튜디오들이 공드리 스타일로 구비되어 있다.

원래 이번 특별전은 3월13일 상영과 함께 마감될 예정이었지만 관객의 뜨거운 호응으로 전시만 2주간 더 진행될 예정이다. 만들어진 영화들은 스튜디오의 DVD 클럽에 소장되며 전시기간 동안 관람객에게 공개된다. 참고로 필자가 참여한 그룹에서는 ‘공공 화장실 휴지에 독을 묻혀 연쇄살인을 하는 킬러’의 애환을 다룬 5분짜리 영화를 제작했다(www.youtube.com/watch?v=qxlcI0Ldffg에서 확인해보시길!). 전시 기간 동안 공드리는 자주 전시장에 머물며 스튜디오를 끊임없이 바꾸고 참여자들을 격려하는 열정을 보였다.



만인이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퐁피두센터 책자에 실린 미셸 공드리의 변

“창조성을 요구하는 직업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제한적으로 기회가 제공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노동자들을 보면서 ‘만약 이 사람들에게 나와 같은 기회가 주어졌다면 나보다 훨씬 훌륭한 감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창의성을 가질 기회는 민주적인 방식으로 분배되지 못한 것 같다. 내가 파리 13구에 살 때 여러 개의 버려진 극장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을 재활용해서 원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촬영, 상영을 할 수 있도록 유토피아적인 공동체 공간을 꾸미는 프로젝트를 몰래 구상했었다. 이 독립적인 유토피아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비카인드 리와인드>에서 먼저 허구적인 방법으로나마 실현시켰고, 이번에는 현실에서 실험해보고 싶었다. 이번 퐁피두센터 전시의 시스템은 팀원들이 각각 자신의 역할을 찾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소수의 몇몇이 팀을 이끌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구상되었다. 괜찮다면 나는 이 시스템을 ‘사회주의 시각화’(socialisme visuel)라고 정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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