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에 ‘헬싱키’가, <안경>에 ‘요론 섬’이 있었다면 <수영장>엔 ‘치앙마이’가 있다. 바쁜 생활에 여유를 안겨줄 평화의 공간, 슬로 라이프를 실현할 최적의 장소 말이다. 타이 치앙마이의 한 게스트하우스. 이 숙소엔 객이 없다. 주인 아줌마 기쿠코(모타이 마사코)와 음식을 담당하는 교코(고바야시 사토미), 그리고 허드렛일을 도맡아하는 청년 이치오(가세 료). 그리고 타이 소년 비이(시티차이 콩필라)가 들락거릴 뿐이다. 유일한 객으로 찾아온 사요(가나)도 가족을 떠나 자신의 행복을 찾아나선 엄마 교코를 추궁하러 왔으니, 정식 객은 아니다.
해묵은 감정 따위를 늘어놓을 생각은 이들 누구에게도 없어 보인다. 엄마 찾아 먼 길을 왔지만 사요는 익숙할 법한 울분을 터뜨리지 않는다.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지만 아픈 내색 하나 없다. 엄마가 행방불명이 된 소년 비이 역시 이곳 식구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이들이 마음속 고민을 해소하는 방법은 단 하나다. 바로 게스트하우스 마당에 있는 수영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 파동이 거의 없는 잔잔한 수영장물은 마음을 치료하기 위한 도구이지 단순한 놀이의 공간이 아니다. 사실 영화에서 제공된 내러티브만으론 인물들에게 찾아온 평온을 공감하는 건 요원해 보인다. 그보다 <카모메 식당>의 일환으로 기획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눈길을 잡아끄는 건 이 영화가 제공하는 외적 요소다. ‘슬로 무비’의 컨셉을 실현시킬 아기자기한 아이템은 국경 따위쯤 무색하게 만든다. 동남아의 강한 햇살을 모두 체에 거른 듯한 담백한 빛, 주변의 소음을 모두 집어삼킨 듯 고요히 운행 중인 세탁기, 타이의 향신료를 빼버린 듯한 정갈한 음식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도 일본 같은 타이에 그저 감탄이 나올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