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만큼 대중적이면서도 위험한 유머 소재가 있을까. 지역감정은 적재적소에 사용하면 누구나 웃을 수 있는 유머가 되지만 실패하면 무엇보다 지루하고 기분 나쁜 유머가 된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감정을 주요 소재로 삼는 <위험한 상견례>는 태생부터 이러한 우려를 안고 출발한다. 우연히 펜팔을 하게 된 현준(송새벽)과 다홍(이시영)은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알고 보니 현준은 전라도, 다홍은 경상도 출신이다. 그들에겐 배우자가 ‘전라도만 아니면’ ‘경상도만 아니면’ 된다는 완고한 아버지들이 있다. 연인들은 아버지를 설득하기보다는 차라리 표준말을 쓰며 거짓 출신을 내세우는 게 낫다고 믿는다. 결국 현준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상도에 있는 다홍의 집에서 그녀의 가족들과 ‘위험한 상견례’를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지역감정을 얘기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한 관객도 있을 것이다. 과연 2011년의 관객이 사랑에 빠진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를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바라볼 수 있겠냐는 문제다. 다행스럽게도 <위험한 상견례>는 1980년대를 영화의 배경으로 끌어오면서 이 난관을 영리하게 돌파해낸다. 한국의 마이클 잭슨 박남정이 등장했고(그는 실제로 이 영화에 찬조출연한다) 다방에서 DJ가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을 틀어주고 남자가 여자에게 전화로 시를 읽어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80년대에 관한 에피소드가 이어지면서 어른들의 과도한 ‘지역 알레르기’ 또한 설득력을 얻는다. 사직구장이나 리틀 이대호, 한옥처럼 경상도, 전라도 출신 관객이라면 반가울 요소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진정으로 설득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지역감정을 빌미로 ‘확실하게’ 웃겨주기 때문이다. 뉴스를 반복청취하며 서울말을 익히는 현준의 어수룩한 모습이나 그의 상견례 여정을 미행하는 전라도 사나이 대식(박철민)이 ‘롯데껌’만 파는 경상도에서 ‘해태껌’을 찾다가 겪는 에피소드 등이 큰 웃음을 이끌어낸다. <방자전> <시라노; 연애조작단> 등에서 코믹 캐릭터 이미지를 굳힌 송새벽이 큰 역할을 할 것 같지만 의외로 영화는 다홍의 부모로 출연하는 백윤식과 김수미를 비롯해 김정난, 박철민, 김응수, 정성화 등의 조연으로부터 골고루 웃음을 끌어낸다. 이러한 전개방식은 주연 경험이 처음이거나 많지 않은 송새벽, 이시영의 풋풋함을 이미 검증된 배우들의 노련함과 어우러지게 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중반부까지 리듬감있게 전개되던 영화는 모든 등장인물의 결말을 보여주며 집중력을 잃어간다. 지역감정이란 아슬아슬한 코드를 안전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너무 많은 설명을 덧붙인 느낌이다. 초반부의 속도감이 못내 아쉬운 마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