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딕]
[무비딕] 적막하고 쓸쓸하고 어쩐지 슬퍼
2011-04-05
글 : 김용언
<네버 렛미고>의 원작자 가즈오 이시구로에 대해 알아봅시다

Q1. 가즈오 이시구로는 일본 작가인가요.
A. 태어난 곳이 일본일 뿐입니다.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났고, 1960년 해양학자였던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가족 모두 영국으로 이주하면서 쭉 영국에서 살았거든요. 그는 분명 영국 작가입니다. “만일 내 얼굴 사진을 싣지 않은 채 필명으로 소설을 발표했다면 아무도 내게 ‘일본적인 것’에 대해 묻지 않았을 텐데.” 지금까지 <창백한 언덕 풍경>(1982), <부유하는 세상의 예술가>(1986), <남아 있는 나날>(1989),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1995), <우리가 고아였을 때>(2000), <나를 보내지 마>(2005) 등 장편소설 6권과 단편집 <녹턴>(2009)을 썼습니다. 부커상에 총 네번 노미네이트됐으며, 1989년 <남아 있는 나날>로 부커상을 수상했습니다. 2008년 <타임>에서 뽑은 ‘1945년 이후 가장 위대한 영국 작가 50인’ 중 32위에 오르기도 했죠. 이 목록에는 조지 오웰, 윌리엄 골딩, 도리스 레싱, J. R. R. 톨킨, 안젤라 카터, C. S. 루이스, 존 르 카레 등이 이름을 올렸어요.

Q2. 어쩐지 이름이 낯익은데요. 혹시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 중에 영화화된 게 있지 않나요.
A. 그렇습니다. 이번에 개봉하는 마크 로마넥의 <네버 렛미고> 외에도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1993년작 <남아 있는 나날>을 기억하십니까? 1930년대 격동하는 유럽사회를 배경으로 모든 사사로운 감정을 물리친 채 주인에게 충성을 바치는 집사 스티븐스(앤서니 홉킨스), 스티븐스를 사랑했지만 결국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가정부 미스 켄턴(에마 톰슨)을 둘러싼 회한을 그렸죠.

Q3.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들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다른 유명한 작가들과 비교해주실 수 있나요.
A. 그의 캐릭터들은 대부분 ‘지금의 나 자신’을 형성해온 과거를 받아들이는 멜랑콜리한 체념의 정조를 띱니다. 그들의 영혼은 고통스러워할지언정 어떤 뚜렷한 해결책이나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기보다는 담담하게 스스로의 상황을 인정하는 쪽이죠. 평론가들은 이를 두고 일본적인 ‘모노노아와레’ 정조(적막하고 쓸쓸하며 어딘지 슬픈 감정)의 반영이라고 해석하기도 했습니다만,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작가 자신은 일본적인 색채로 해석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를 제외하고 일본 작가로부터 영향받은 게 없다고 하는 그는, 오히려 오즈 야스지로와 나루세 미키오 등의 일본영화들을 자주 언급하는 편입니다. 그외에도 영국 작가 이언 매큐언을 두고 “나의 20대에 등장한 작가 중 가장 전율을 자아낸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죠.

Q4. 작가도 영화 <네버 렛미고>를 봤겠지요? 마음에 들어했을까요.
A. 물론 어떤 작가들은 자신의 소설이 영화화되는 것을 아예 막아버리거나 영화가 만들어지더라도 관람 자체를 거부하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즈오 이시구로는 그 정도로 까다로운 작가는 아닙니다. 한때 라디오 방송극작가를 꿈꿨던 만큼 그는 문자와 영상이 전혀 다른 분야라는 걸 잘 알고 있으며, 소설의 본질이 손상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열린 자세로 영화를 대하는 편이죠. 물론 그는 <네버 렛미고>를 보았습니다. “뉘앙스를 잘 살린 배우들의 해석 덕분에 내가 종이 위에서 만들어낸 캐릭터들에 대해 오히려 더 잘 알게 되었다”고 칭찬했던 가즈오 이시구로는 특히 캐시 역의 캐리 멀리건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입니다. “멀리건은 깜짝 놀랄 만큼 고요한 확신으로 캐시의 확고한 금욕주의를 잘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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