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톡]
[이윤진] 주어진 7분 안에 참가작 최대한 드러나게
2011-04-06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2회 피치&캐치’ 진행 맡은 이윤진 프로듀서

올해로 두 번째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주최하는‘피치&캐치’는 기성과 신인으로 구성된 영화인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투자자와 제작자, 그리고 관객 앞에서 소개하는 행사다. 지난해 선정된 정범식 감독의 <미스 고 프로젝트>는 현재 고현정, 유해진, 최민식 등으로 캐스팅이 확정되어 올해 하반기 개봉예정이고, 김조광수 감독의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은 현재 캐스팅 중인데, 어쨌거나 두 번째 만에 각각의 프로젝트가 기획·개발을 완료해 제작에 돌입했다. 이는 영화제가 단순히 피칭이라는 행사를 치르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가 제작되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는 극영화부문 31편, 다큐멘터리부문 15편이 공모에 지원했고, 최종적으로 각각 5편씩 선정됐다. 4월12일에 신촌 아트레온에서 열리는 ‘제2회 피치&캐치’에서 이 10편의 프로젝트가 공개된다. 참가자, 멘토, 심사위원, 영화제 사이에서 오가며 행사를 이끌고 있는 이윤진 프로듀서에게 ‘제2회 피치&캐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참가작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영화제 홈페이지 http://www.wffis.or.kr 참조).

-지난해 진행을 맡은 박은영 프로듀서에게서 바통을 넘겨받았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올해 열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놓고 고민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난해에 비해 한두달 늦게 영화제 준비에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다. ‘피치&캐치’팀도 마찬가지였는데 첫 출근을 하자마자 야근을 했다. (웃음) 그날 행사 참가자 공고를 냈고, 심사위원과 멘토 구성, 시상 등과 관련한 부분을 점검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박은영 프로듀서가 정리를 잘해둔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하고 있다.

-여성영화제쪽은 두 번째 ‘피치&캐치’가 어떤 행사가 되길 원하던가.
=‘피치&캐치’가 안착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더라. 사실 영화제라는 게 (만들어진 결과물을) 상영하는 곳이잖나. 그것 하나 소화하기도 빠듯한데 재능있는 젊은 작가를 발굴해 제작까지 지켜보고 도와주겠다는 건 영화제가 산업적인 역할도 맡겠다는 의지다.

-올해 참가한 프로젝트의 특징은 무엇인가.
=극영화부문은 외국인과의 사랑, 외국인 노동자 등 다문화사회를 소재로 한 작품, <카모메 식당>처럼 ‘슬로 라이프’를 그린 작품, 기억을 소재로 한 작품, 크게 세 가지 주제를 다룬 프로젝트가 많았다. 장르적으로는 드라마와 스릴러가 많았고 의외로 코미디가 없었다. 다큐멘터리부문에서는 사회나 정치, 역사보다 ‘개인의 삶’을 중심으로 접근한 작품이 많았다. 친족 성폭력 문제라든지 1950∼60년대를 풍미한 패션 디자이너였지만 지금은 잊혀진 인물 등 눈에 띄는 프로젝트도 몇 있고.

-준비하는 과정은 잘 진행되고 있나.
=극영화부문과 다큐멘터리부문의 진행 속도가 각기 다르다. 극영화는 상업영화 현장에서 어느 정도 내공을 쌓은 참가자들이 많아서인지 현실적이고 예산을 고려한 프로젝트가 많다. 극영화부문 멘토를 맡은 청년필름의 김조광수 대표가 예산, 제작 가능성 등과 관련된 부분을 중심으로 조언하고 있다. 반면 다큐멘터리부문은 (다큐멘터리 성격상) 각기 다른 속도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참가자들이 피칭이라는 행사 자체를 낯설게 느끼고 있다. 다큐멘터리부문 멘토를 맡은 이수정 프로듀서는 (피칭을)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참가자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다시 정리하고, 어떻게 표현할 건지 고민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

-지난해 피칭 멘토를 맡은 이노션의 김정아 CD(Creative Director)는 참가자들을 아주 엄격하게 가르쳤던 게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프로듀서 피칭은 자신의 작품에 맞는 피칭 태도, 말투, 방법 등을 찾고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김조광수 대표는 참가자들에게 피칭 자료 준비하는 것, 자신의 작품을 효과적으로 노출하는 방법 등을 세세하게 알려주신다. 가령, 왜 어두운 영화라고 어둡게 표현하려고 하느냐, 밝게 (심사위원에게) 어필해도 된다, 다시 엎어라. (웃음) 왜 이렇게 만들었느냐, 미안하지만 이건 아니다…. 냉혹하다고? 냉혹하다기보다 솔직한 것 같다. (웃음)

-전체를 조율하는 입장에서 본인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할 것 같다.
=내 역할은 간단하다. 피칭 참가자가 어떻게 하면 제작자나 투자자를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옆에서 도와주는 거다. 고민에 대한 답은…. 어쩌면 피칭은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한 것 같다. 목표가 분명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랄까. 이런 경우가 있다. 심사위원이나 멘토가 왜 예산이 이렇게 많으냐고 참가자한테 얘기할 수 있다. 그 작품의 강점이 예산이 많이 들어가야 발휘될 수 있는 거라면 내가 중간에서 (심사위원이나 멘토에게) 그 부분을 강조할 수 있다. 어쨌거나 주어진 7분 안에 참가자가 자신의 작품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도록 돕고 싶다.

-4월12일에 열리는 본 행사가 끝나고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뭔가.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인 내 프로젝트를 다시 준비해야지. 아, 다이어트도 할 거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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