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피 키드> Diary of a Wimpy Kid (2010)
감독 토르 프로이든탈
상영시간 92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 음성포맷 DD 5.1
자막 영어,한글 / 출시사 (주)유이케이
화질 ★★★★ / 음질 ★★★☆ / 부록 ★★
지난 주말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영화는 <윔피 키드> 시리즈의 두 번째 편 <윔피 키드: 로드릭 형의 법칙>이다. 어설픈 중학생의 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명랑 코미디가 거친 소녀들의 화끈한 액션 판타지 <써커펀치>를 가뿐하게 누른 것이다. 이걸 두고 주인공 소년 그렉의 복수라고 봐도 될까. 전편 <윔피 키드>에서 레슬링반에 가입한 그렉은 드센 여자아이와 맞붙었다 처참하게 패한 바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이성에 눈뜨지 않은, 그래서 남자친구와 노는 게 더 즐거운 소년의 일기를 써 인기 작가가 된 사람은 제프 키니다. 그가 온라인에 연재한 만화소설이 책으로 처음 출간된 건 2007년이었고, 1편 <윔피 키드: 학교생활의 법칙>은 즉각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아이가 손으로 직접 쓴 것처럼 투박한 글씨체와 일기장 형식의 노트를 특징으로 내세웠으며 단순한 선으로 구성된 만화를 군데군데 삽입한 소설은 어느덧 스테디셀러 시리즈로 자리잡았다(한국에서도 2008년 이후 여러 권의 책으로 번역, 소개되고 있다). 내친김에 영화제작에 참여한 키니는 연출을 맡을 사람으로 토르 프로이든탈을 선택했다. 독일 출신으로 미국에 정착한 프로이든탈은 영화에 유럽 아동영화의 색을 입혔다. 징그러울 정도로 매끄러운 연기를 하는 아이는 <윔피 키드>에 없다. 게다가 소박하면서 엉뚱한 모양새가 영화에 신선함을 주했다.
관객을 향해 그렉은 자신이 쓰는 게 저널이지 일기가 아니라고 힘주어 말한다. 내가 보기엔 일기가 분명하나 녀석이 아득바득 고집하는데 어쩌겠나. 역시나 세 아들 중 둘째답게 까칠하고 영악한 소년이다. 녀석의 일기는 9월부터 시작한다. 6학년을 마치고 여름방학을 보낸 그렉은 이제 중학교에 간다. 우선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체격이 다 다른 아이들을 뒤섞어놓는 중학교 시스템이다. 여름방학 동안 부쩍 자란 친구들을 보노라면 기가 죽을 판이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며, 장차 영화계의 스타를 꿈꾸는 그렉은 내심 주변 아이들을 멍청이 고릴라로 여기기도 한다. 전교에서 두 번째로 덩치가 작은 자신을 위한 억지인데, 녀석에겐 엉성하나마 설득력을 갖추는 재주가 있다. 그렉의 눈엔 단짝 친구로 지내던 롤리마저 부담스럽다. 아이의 천진난만함으로 똘똘 뭉친, 그리고 여전히 초등학생의 패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롤리와 계속 어울렸다간 또래들이 업신여기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학년 말 앨범에 최고의 친구 자격으로 실리는 걸 목표로 뛰어보지만, 뜻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롤리와 다투고 만다. 이런저런 조언을 일삼는 예쁜 앤지도 미워 보이기는 매한가지다.
<윔피 키드>는 학교와 집을 무대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엮은 영화다. 영화는 평범한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이 겪을 만한 일들을 소재로 삼아 아기자기한 표정들을 심어놓았다. 보편적인 이야기의 힘 덕분에 미국의 중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별로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나약해서 잘못을 저지르고, 바깥으로 밀려나지 않으려 용을 쓰고, 실수를 묻으려다 실수를 더하고, 거짓 소문에 민감하고, 고민에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시기를 그렉은 통과하고 있다. 소년은 죽을 맛일지 모르지만 보는 우리는 미소를 거두기 어렵다. 단지 멀리 보내버린 시간을 추억하기에 그런 걸까? 아니, 영화가 워낙 사랑스럽고 순수하기 때문이다. <윔피 키드>가 개봉되지 못하고 홈비디오로 직행한 건 안타까운 일이다. <윔피 키드>는 어설픈 애니메이션보다 몇배는 더 재미있고 빼어난 가족영화다. DVD는 감독과 각본가의 음성해설, 영화에 실리지 못한 9개의 특별영상(10분), 카툰 몇 가지를 부록으로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