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친구의 죽음으로부터 벗어나려하지만 결국 <돌아오는 길>
2011-04-06
글 : 이영진

상윤의 죽음 뒤 종적을 감췄던 선일(유선일)이 1년 만에 친구들 곁으로 돌아온다. 선일은 전보다 훨씬 밝은 얼굴로 친구들을 대한다. 하지만 죽은 상윤의 행동을 흉내내는 선일의 마음 한구석엔 1년 전의 사고에 대한 자책이 여전히 웅크리고 있다. 선일의 상처는 바에서 만난 지수(박그리나)와의 사랑으로 잠시 아물지만, 두 사람의 연인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한편, 강일(천우성)은 상윤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고, 어떻게든 선일을 이 일에 끌어들이려고 한다.

<돌아오는 길>의 청춘들은 끔찍한 과거에서 어떻게든 도망치려 한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선일은 상윤의 그림자를 떨치려고 하지만 동시에 생전의 상윤을 닮으려고 무던히 애쓴다. 폭행을 일삼던 옛 남자친구에게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던 지수는 선일을 만나 평온함을 느끼지만, 지수의 두려움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다. 복수는 또 다른 불행을 가져올 것이라는 친구들의 만류에도 강일은 앙갚음이야말로 과거와의 단절이라고 믿는다.

과거의 유폐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들은 결국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들은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웃으라고, 미안해 말라고, 무서워 말라고 위안하지만, 이는 지독한 과거와 대면해야 하는 공포 앞에서의 자기연민이기도 하다. 위안과 연민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교차시키진 못했지만 배우들의 개성은 군데군데 살아 있다. 유선일과 박그리나는 매끄럽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감정의 굴곡 안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캐릭터를 소화했다. 항상 유쾌한 얼굴로 나타나 웃음을 선사하는 흥주 역의 박건아도 과하지 않은 양아치 연기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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